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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BA도 괜찮을까?

03 입학 전 고민

by 샐러던트 유작가
샐러던트가 되어 볼까?

대학교 4학년 때, 대학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했던 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사정 상 취직을 했다. 직장인이 된 나는 어느덧 3년 차 사원이었다.

직무 특성상 회계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들을 마주할 때마다 회계 담당자였던 선배에게 물어보며 공부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귀찮게 한 것일까?


"경영학을 전공해서 대학교 4년 동안 배운 내용인데 이걸 어떻게 다 알려주니?"


맞는 말이었다. 책도 사고 유튜브를 보며 회계를 독학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연차나 직무와 상관없이 '회계'는 모든 직장인에게 MUST-KNOW라는 확신이 생겼다.


'샐러던트가 되어 볼까?'

샐러던트(saladent)는 샐러리맨(salaryman)과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이자 신조어이다. 우리말로 풀어 보면 공부하는 직장인이다. 학구열이 있는 내게 어울리는 단어 같았다.


MBA를 해보면 어떨까?

'MBA를 하면 회계도 공부하고, 인생의 시야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업계,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바로 MBA 아니겠어?'

마침 대부분의 MBA 과정에서 요구하는 만 3년의 실무 경력이 채워지고 있었다. MBA에 대한 어렴풋한 관심을 구체화해보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MBA 진학을 고민해 본 사람들은 대개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1. 해외 MBA vs. 국내 MBA


미국의 유명 대학으로 진학을 하면 좋겠지만 내겐 현실적이지 않았다.


첫째, 현재의 직장을 벗어던져야 한다

둘째, 학부가 소위 최상위권 학교 출신이 아니면 힘들게 해외 MBA 후 귀국해도 고소득 직장(유명 컨설팅펌, 대기업 요직 등)으로의 취업이 어렵다

셋째, 가족 문제


나는 셋 다 문제가 되었다. 현재의 직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학부가 흔히 말하는 SKY는 아니었다. 미혼이고 자취 중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있고 언젠가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었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다.


'국내 MBA로 진학을 해야지.'


2. 국내 MBA 중 풀타임 vs. 파트타임

사실 학위 과정에 풀타임과 파트타임이란 명칭은 없다. 졸업 시 똑같이 석사 학위를 받게 된다. 다만 평일 주간에 주로 열리는 과정과 야간 또는 주말에 열리는 프로그램을 편의상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부르고 있다.

나에게 이 선택은 쉬웠다. 나는 지금의 직장생활을 유지하며, 주말 중심의 MBA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3. 그럼 어느 학교로 가지?


국내 사회에서 학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학벌이다. 따라서 MBA 지원 시 학벌을 업그레이드 해보겠다는 욕심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나 역시 높은 네임밸류를 가진 학교의 MBA 프로그램부터 검색해 봤다. 서울대는 풀타임, 카이스트는 임원급 이상이 지원하는 프로그램 밖에 없었다. 포스텍은 MBA는 없고 기술경영 프로그램만 있었다. 연고대도 찾아봤다. 파트타임 학위과정이 있었지만 평일에도 반드시 출석을 해야 했다. 나는 야근도 많은 편이어서 지원할 수 없었다. 연고대 다음으로 떠오르는 학교 중 하나로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 수도권 내 들어본 학교 또는 이른바 지거국 대학들은 모두 훌륭한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 이름값보다는 '주말' 과정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여러 대학 홈페이지를 확인했고, 학기 내내 수강신청한 과목의 온라인 강의가 제공되는 MBA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오프라인 수업은 모두 토요일에 열리는 방식이었다. 온라인 강의를 먼저 듣고 토요일에 학교에 나와 토론이나 발표 또는 case study를 하는 구성이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지금은 많은 학교에서 주말 과정 MBA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직장인에게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졸업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자면,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보다도 그 과정 안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차게 얻어 갔는지가 백배 천배 만배 중요하다. 학업, 인연, 비즈니스, 자극, 신남, 힘듦, 성취, 학위 등 모든 것은 그대가 MBA에 어떠한 태도와 얼마만큼의 열정으로 임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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