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t hear you very well.

03 자리 잡기

by 샐러던트 유작가
Here's so loud. I can't hear you very well. Please text me.



새옹지마, 전화위복


가을학기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될 나는 그 해 여름 지방의 어느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었다. 인턴 실습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일까. 미국 학교의 기숙사 신청을 깜빡했다. 학생처로 메일을 보냈는데, 추가 모집은 답장을 받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비행기 표도 다 해놨는데, 막상 미국에 가면 머물 곳이 없다니...

미국 공항에서 내려 호텔로 향했다. 첫 날은 피곤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잘 잤는데, 문제는 이튿날 부터였다. 나 어떻게 하지?

안 되는 영어로 호텔 프런트에 내 사정을 얘기했다. 그녀는 Craigslist(말하자면 벼룩시장) 라는 사이트를 알려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학교 근처의 월세 방들을 알아 보러 다녔는데 젊은 사람들이 잘 안 보이고, 노인 분들이 많았다. 내 또래의 학생들은 다 기숙사에만 사는 것일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너 곳 이상을 돌았지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조금 더 멀지만 학교까지 셔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향했다. 많은 학생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당장 계약하고 싶었지만 영어도 부족한 내가 덤탱이 쓸 순 없어서 고민해 보겠다고 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전화가 왔다.


"Hello? I'm from Chestnut ridge. Haven't you decided yet?"

뭐 이랬던 것 같다. 그 뒤로는 안 들렸다. 이놈들 말을 왜이렇게 빨리하는거야?


"I can't hear you very well. Please text me"

영어 못하는 척 하기 쪽팔려서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한달에 얼마이며,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은 무엇 무엇이 있고, 이런 것들은 학기 내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기에 최대한 문자로 받고 비교해 보고 싶었다.


이틀 고민하고 Chestnut Ridge라는 하우스단지와 계약했다. 가격은 월 50만원 정도였고 학교를 걸어서 가긴 힘들지만 셔틀버스가 아침 저녁으로 제공 되는 조건이었다. 학교와 멀어진 만큼 가격도 좋고 하우스 단지 시설도 좋았다. 흔히 이런 곳을 Off Campus Apartment 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아파트의 의미가 사뭇 다르다.

내 하우스 주소는 10동 123호였다. 바로 앞에 연못이 보이는 멋진 곳이었다.


연못.jpg 방에서 찍은 연못


10123 하우스메이트


나를 포함해 4명의 하우스 메이트가 생활했다.


1층은 하우스파티를 할 수 있는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공용공간이 있고 2층과 3층에 방이 2개 씩, 세탁기가 1개씩 있는 구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호화로웠다. 미국 시골이어서 가능한 가성비인 것 같다. 서울에서 이런 곳이 살려면...


단지 입구에는 커뮤니티센터가 있고 이 곳엔 헬스장, 당구대, 커피머신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나는 여기 커피 맛이 좋아서 매일 매일 이용했다.


기숙사 탈락으로 꼬일 것만 내 교환학생 생활은 오히려 최고 베스트 프렌드 하우스 메이트들을 만나며 전화위복이 되었다.


니코, 마이키, 페드럼 그리고 유작가. 매일 같이 축구하고 파티하고 클럽가고 놀았으니 이 기간 동안은 정말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룸메2.jpg 페드럼, 유, 마이키, 니코, (나오미)
영 니코 마이키.jpg 유, 니코, 마이키
페드럼.jpg 10123 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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