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육

초등생 하루 5분 글쓰기

by EchoBridge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일상적인 대화나 말은 잘하는 것 같지만, 남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상황에서는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로 알긴 알겠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하는 아이들,

문장이 아닌 단어로만 얘기하거나,

뭐라고 말은 많이 하는데 핵심이 없는 경우가 꽤 많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

라는 질문에 입을 닫아버리거나,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불필요한 말들만 늘어놓는다.

나는 이런 아이들(주로 초등생)의 부모님께는 글쓰기를 시켜 보시길 권한다.

하루에 5분 주 2~3회 정도만 투자하여 부모가 던져주는 질문에 짧은 문장으로 글을 써보는 간단한 활동이다.

이 활동에서의 글은 주어~서술어가 있는 제대로 된 문장이어야 한다.


1.

처음에는 일상 또는 하루 중에 있었던 일 하나를 회상하여 시간의 순서대로 서너 줄 글을 쓰게 한다.

몇 번의 연습으로 사건의 나열이 익숙해지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금씩 덧붙여 보는 것이다.

일기 같은 느낌이지만 짧게 마무리하도록 한다.(글쓰기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요즘아이들은 일기 자체를 쓰지 않고 자라는 데다가, 독서록이라는 고난도의 의무적인 활동으로 글 쓰는 재미를 경험하기 어려우므로 생각 꺼내기 연습정도로 가볍게 시작해야 한다.


오늘 점심에 나온 메뉴는 무엇이었고 그중 가장 맛있는 반찬은?

오늘 하루 중에 제일 기분 좋았던 일은?

오늘 선생님의 말씀 중에 기억나는 내용은?


주의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하루를 되돌아보는 일만으로 작업기억을 향상한다.

오늘 학교에서 먹은 점심메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름을 몇 시간 전으로 되돌려 보고 회상하여 그때의 장면에 머물러보는 연습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2.

일상에서 사건중심의 짧은 글이 자연스럽게 써진다면 이제 자기가 포함된 추상적인 주제로 확장해 본다.

또 자기의 감정을 표현해 볼 기회로 활용해도 좋다.

이때의 주제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대상과 주제여야 한다.


너에게 친구란?

가족이란?

학교는 왜 가야 할까?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

최근 가장 속상했던 적이 있다면?


이 단계에서 감정이 표출된 글에는 부모가 공감해 주거나 위로하는 긍정적인 간단한 피드백을 메모해 주면서 감정을 교류하면 좋다. 질책이나 부정적 피드백은 아직이다. 아이가 어떤 생각이든 감정이든 밖으로 꺼내어 표현하도록 지지하는 게 우선이다.


3.

이제는 사건과 생각과 감정까지 표현되기 시작한다.

아이가 이전에 쓴 글에 대한 꼬리질문으로 더 깊이 생각하게 해도 좋고, 자기만의 이유와 논리가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학년에 따라 아이의 관심사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것도 괜찮다.


"K팝 데몬헌터스" 재밌게 봤다면 친구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는 글쓰기.

초등학생이 이성교제를 할 때의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모든 단계에서 부모의 역할은 정해진 글쓰기(5분~10분)의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과,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다.

시작 초기에는 부모가 지도하거나 평가하지 말고 제대로 된 문장으로 쓰는지, 적정량을 썼는지만 확인한다.

이런 단계로 하루 5분 글쓰기를 한 달만 이어가도 아이들은 글쓰기를 더 이상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이 명료하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복잡했던 상황이 정리되는 홀가분한 기분도 들고,

자신도 뭔지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고,

똑똑해지는 것 같다고도 느낀다.


서너 줄이 열 줄이 되면서 글의 양이 늘어나고,

질문에 맞는 생각의 성장이 자연스러워지며,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게 되고,

사건과 감정을 구분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논리성과 설득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권유하더라도 실행하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핑계는 학원숙제할 시간도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학원이 초등 인생에 1순위라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나도 됐다.

이런 귀한 노하우를 나 또한 공유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의 권유와 조언을 받아들여 시도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달라진다는 것을 100% 느낀다.

그럼 됐다.

몇 명이라도 글쓰기의 효과를 경험하면서 생각하는 아이들로 성장하게 되었다면 나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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