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헛된 길은 하나도 없었다
살아오면서 여러 일을 해왔다.
흥미가 생기면 시작했고,
질문이 생기면 파고들었고,
때로는 해보다가 적성이 아니라는 걸 알고
조용히 내려놓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게 나중에 뭐가 되는데?”
“그건 결국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거야?”
그때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몰랐기 때문이다.
당장 쓸모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경험들을 버리지 않았다.
내가 걸어온 길이니까
언젠가 저마다의 자리가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문득 어떤 일을 하게 될 때
과거의 어설픈 경험들이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연결되곤 했다.
예전에 호기심으로 배웠던 기술,
반년 만 하고 그만둔 일,
잠깐 들었던 수업,
사람들이 ‘금방 질린다’고 말하던 시도들.
그 모든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졌다.
쓸모없던 경험은 없었다.
다만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직선으로 빠르게 가는 것만이 좋은 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경험은 많이 할수록
쌓이는 게 아니라 이어진다.
때로는 우연처럼, 때로는 필연처럼.
내 여러 길의 경험들은
내 삶의 너비가 되었고,
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 설명해주는 언어가 되었다.
이제는 안다.
돌아간 길이 시간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단단해지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떤 경험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모든 시도는 연결될 수 있고,
모든 시작은 의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여러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경험을 엮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방식이
내가 가진 가장 큰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