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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나 Feb 04. 2022

[영화 리뷰] 판을 짜는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실화인 듯 실화 아닌, 매력 넘치는 <미스 슬로운> 리뷰


2022년 첫 영화, 넷플릭스 시청
*스포 없음


왠지 이미 봤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안 본 영화를 고르려고 했고, 결과적으로 아주 잘 고른 것 같다.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배경 상황도 있을법한 이야기라서, 처음에 실화 바탕인가? 찾아봤는데 (이런 느낌의 실화 배경 영화가 좀 있었어서) 실화는 아니었다.

결과와 과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하는 클리셰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메인 사건, 잘 나가고 똑똑한데 마녀사냥당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여성 서사, 총기 문제를 다룬 정치극, 게다가 반전까지. 매력적인 포인트를 잔뜩 가진 영화였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도 내게 북돋음이 되는 영화였다. "좋은 결정을 위한 직관과 통찰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연말 회고를 하고 새해를 열 때, 내 마음에 계속 남아있는 질문 중 하나였다.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상황이 돌아가는 흐름을 잘 파악해서 판을 짜고, 그 판을 컨트롤하면서 계획대로 일을 성공시키는 것, 성공을 위한 실행만을 남기고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는 것, 그 움직임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더 안전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 되는 것, 나는 이런 일을 잘하고 싶다.

로비스트 슬로운도 마케터인 나와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다른 점은 그는 나보다 더 직관과 통찰이 뛰어나고, 더 용감하며, 더 일에 미쳐있고, 덜 자고, 남을 덜 배려하고, 심지어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더 외롭다는 것.

물론 슬로운이라는 인물은 현실의 누군가와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나와 닮았다고 생각되거나 닮고 싶은 부분도 있어서인지, 그의 실행과 결과가 더욱 흥미롭고 짜릿하게 느껴졌다.


무능에서 오는 슬픔과 유능하지만 공감받지 못하는 슬픔 중 선택하라면, 솔직히 후자를 택하고 싶다. 무능하고 착한 사람이 되느니, 유능하고 덜 착한 사람이고 싶은 나에게 슬로운은 눈을 뗄 수 없는 캐릭터다.


감정 표현이 적은 인물이지만, 놀랍게도 최근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감정이입이 잘 됐다. 이기고 싶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은 그 욕망, 그 욕망이 너무 이해가 갔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내가 혹시 틀린 걸까 봐, 미움받을까 봐 주저했던 내 안의 약한 면들이 없어진 버전의 캐릭터 같달까.

슬로운처럼은 못 되(고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나 자신을 더 믿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목표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 올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기록하며 통찰과 직관을 키워봐야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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