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스타 아이디 이 친구가 알려달라고 하는데 알려줘도 괜찮아?”
일본, 오사카, 겨울이 끝나가는 무렵. 학기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꽃구경 가기에도 조금 이른 시기
할 일 없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다니고 이런저런 모임에 얼굴만 비추며 돌아다니던 나에게 친구가 물어보았다.
“누군데?”
“지난번 다 같이 마실 때 있었던 얘인데. 몰라?”
“몰라 그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억도 안 나. 대화도 안 해본 거 같은데?”
“그래? 어쨌든 얘가 니 인스타 알려달래. 싫어? “
“걔 인스타 보여줘 봐.”
나는 그 친구 인스타에서 사진을 둘러보고 말했다.
“… 기다려 봐 내가 팔로우 걸게”
“그래 이제 둘이 알아서 해라~ 나 간다. “
나는 그 애에게 바로 팔로우 신청을 보냈다. 몇 분 후 그 애게도 팔로우 신청이 왔고 나는 바로 일본어로 디엠을 보냈다.
-안녕? 그때 술 마실 때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둘이 이야기도 별로 못 했었네요? A라고 합니다.-
일본어로 디엠을 보냈지만 답장은 한국어로 왔다.
-“안녕하세요! OO의 친구 B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B는 답장이 생각보다 빠르고 한국어로 메시지 보내는 게 익숙해 보였다.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우리는 가라오케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찾아냈고 둘이서 같이 가라오케를 가자고 약속하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우메다 가라오케 앞.
만나는 장소에는 내가 먼저 도착했다. 약속한 시간이 조금 지날 때 즈음 B에게 곧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얼마 후 멀리에서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B와 얼굴을 마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술자리 때 같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날은 사람이 워낙 많았고 나는 그때 친한 친구 세네명하고만 떠들며 술을 마셔서 주변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B는 살짝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인스타의 사진보다 조금 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볍게 어색한 인사만 주고받고 우리는 바로 가라오케로 들어갔다.
가라오케에서 한 시간 반정도, 우리는 마주 앉아 번갈아가며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나는 일본노래를, B는 한국노래를.
도중에 B는 잠깐 마실 것을 가지러 나갔고, 돌아와서 맞은편이 아닌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어깨가 살포시 닿았다.
가라오케 시간이 끝나갈 무렵 B는 나에게 반쯤 기대서 노래를 불렀고 부드러운 섬유유연제 향기와 샴푸냄새가 번갈아가며 코 끝을 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