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좀 더 같이 있을래
같은 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항상 그녀가 말했다.
“출근해야지.. 이번 주말에 또 볼 수 있잖아.”
“그래도 조금만 더 있다 갈래”
“지각한다. 빨리 일어나, 빨리!”
출근준비에 한 시간 넘게 걸리는 B를 다그쳐 깨워 화장실에 보내고 나는 그녀가 준비하는 동안 조금 더 잤다.
그녀는 출근까지 시간이 촉박하면 체육대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템포가 빠른 노래를 틀어놓았다.
나도 그 재촉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B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걸 보고 조금 더 쉬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갈 준비를 시작해도 항상 내가 먼저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나는 문 앞에서 슬슬 나가자고 그녀를 재촉했다.
서둘러 나온 그녀의 손을 잡고 같이 밖으로 나와 함께 역까지 걸어가고 개찰구 앞에서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지만 끝나는 게 그리 아쉽지 않은 겨울을 지나서 비처럼 벚꽃 잎이 떨어지는 계절이 왔다.
우리는 어디서 가장 예쁜 벚꽃을 보며 즐길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오사카성 공원으로 갔다. 성을 둘러싼 해치 주변 공원은 벚꽃잎에 둘러싸여 핑크색으로 변해있었다.
한 손에 아사히 맥주캔을 들고 시끄럽게 떠들며 점심부터 취해있는 회사원들, 벚꽃 나무를 얼굴 옆에 두고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예쁘게 찍힐까 고민하는 여학생들, 그리고 서로 아름답고 사랑했던 모습을 기록하려고 애쓰는 커플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며, 웃고 떠들며 우리들만의 추억을 하나하나 쌓아갔다.
작은 무료 전시회에 가서 소곤소곤 수다 떨며 작품을 즐기기도 하고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수족관에 가서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바다의 짠 바람을 느끼기 위해 해변가에 놀러 가서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서 해변가를 뛰어다닌 적도 있었다.
그 어떤 데이트도 항상 돌아오는 길은 함께, 목적지에서 더 가까운 집으로 둘이 같이 돌아갔다.
식사만 하고 집에 빨리 돌아온 날은 저녁 밤늦게 집 주변 산책을 가기도 하고, 서로의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이소나 돈키호테에서 쇼핑을 하곤 했다.
그리고 항상 쇼핑을 하면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보다 다른 물건들을 더 많이 사 왔다.
이때 즈음에 한국의 인생네컷 사진이 일본에도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새로 생긴 인생네컷 부스를 찾아다니며 서로 그날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츠루하시, 도톤보리, 우메다의 구석진 곳. 시간을 내서 여행 간 교토에 있던 프리쿠라 부스 옆 새로 생긴 인생 네컷 사진 부스.
그곳을 찾아가는 여행, 그리고 찾아가서 사진을 남기기까지 우리의 발걸음이 한 장의 사진이 되어 각자의 집에 쌓여갔다.
B는 사진을 모아두는 작은 상자에 우리의 추억들이 모여갈 때마다 아이처럼 웃었다. 다음에는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보자, 다른 인생네컷 부스를 찾아가 보자.
쌓여가는 추억만큼 쌓고 싶은 추억들도 흘러넘쳐갔다.
나도 너하고 더 많이 같이 있고 싶어.
B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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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3년 9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