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나는 학기가 끝나고 9월 중순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동아리 합숙에 참가하였다.
외국인은 물론 나 혼자. 처음에는 나에게 다들 관심을 가져 말을 걸어주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서툰 일본어로 대답도 잘 못하는 한국인에게는 다들 금방 흥미가 식어버렸다.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에서 한 명 두 명씩 다른 테이블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나는 넓은 테이블에서 핸드폰을 보는 척하면서 혼자 호로요이 복숭아 맛을 홀짝이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며 서로 합숙에 온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다.
나만 홀로 남아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덕에 빈 테이블이 하나 늘었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합숙소는 산속에 있는 별장이었다. 여름이었지만 저녁의 바람은 생각보다 서늘하였다.
나는 주변을 잠깐 산책하다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머니가 가장 먼저 전화를 받아주었다.
“응 합숙 와서 재밌게 놀고 있어요.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 다들 착하고 너무 친절하게 대해 줘.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B와 만나기 4년 전 이야기.
오사카 여름은 서울의 여름과 사뭇 다르다.
서울은 내리쬐듯이 바싹 타는듯한 더위이고, 오사카는 찜통에 들어가 있는 듯한 더위이다.
오사카의 여름은 찜질방에 들어온 듯 땀이 쏟아지는 계절이기에 우리는 제습과 냉방을 항상 틀어놓고 밖으로 나가는 걸 자제했다.
장마와 찌는 듯한 여름을 거쳐서 우리는 조금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놀러 다니기 좋은 가을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관광객은 많아지지 않아 어디로 놀러 가든 한산했다.
우리는 오사카 북쪽 산속에 있는 미노오 폭포를 보러 놀러 갔다. 가는 길은 단풍으로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단풍으로 만든 텐푸라가 유명하다고 하여 호기심에 하나를 사서 둘이서 나눠먹었다. 재미있는 맛이었다.
폭포를 보면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 근처에 있던 오사카 야경이 보이는 산속 온천에서 1박을 하며 등산의 피로를 녹였다.
우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 단풍으로 유명한 기요미즈데라도 놀러 갔다.
하지만 교토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여전히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관광객 현지인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새빨갛게 물든 신사를 구경하러 왔다.
우리는 풍경사진만 몇 장 찍고 도망치듯 다른 신사로 이동했다. 교토 시내 어디에든 있을 법한 작은 신사였다.
교토에는 마을 어디든 작은 신사나 역사가 깊은 절이 숨어 있다.
우리는 신사에 들어갔다. B가 사전에 미리 알아본 신사였다.
나는 B에게 신사에서 기도하는 법을 배웠다.
들어가기 전 손과 입을 간단히 물로 씻어 내린다.
동전을 던지고 방울을 한번 울린다.
박수를 두 번 치고 합장을 한다.
꾸벅 인사를 하고 눈을 감고 소원을 빈다.
빈 소원 내용은 가능한 말하지 않는다.
말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너와 같이 행복한 가족을 꾸리고 싶어.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몇 번이고 되뇌며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 빌었어? “
나는 농담하듯 B에게 물어봤다.
“말 안 해줄 거야! 말하면 안 이뤄진다니까? “
B는 펄쩍 뛰듯 대답했다.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A군과 B양이 이혼하기까지 앞으로 3년 3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