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고 Jun 08. 2023

자식을 창조하며

말씀과 숨

아마도 창조주에 의해서, 자손의 몸과 영혼, 그 대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채로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태어나는 것만으로 창조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성장 과정 또한 창조의 중요한 부분이다. 왜 인간은 완벽하게 창조되지 않고서, 성장이라는 불확실한 변수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나야 할까? 덕분에 부모라는 두 인간에게도 창조자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부여되었다. 부모 역시 남은 창조의 과정에서 할 일이 많다.


창조주가 어떻게 인간의 육체를 만들고 그 영혼은 어떻게 넣어주었을지 상상해 보자. 인간의 탄생, 그것은 말씀이자 의지로 시작했다. "생겨라."는 강력한 말씀으로 육체를 만들고, 창조주 자신의 마음을 숨으로 불어주며 영혼을 심었다. 신은 자신의 형상과 마음을 모델로 삼아 인간을 만들었기에, 자신이 해오던 역할 또한 대칭적으로 물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니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아기로 태어난 피조물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창조의 과정에서 부모는 신의 능력을 빌려와 무언가를 해야 한다. 바로 말씀과 숨이다. 


우리는 완성되지 않은 자식의 육신을 강력한 말씀으로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예쁘다, 빛난다, 튼튼하다, 똑똑하다." 이 모든 확신의 주문으로 그들의 외형을 마저 빚어주어야 한다. 확신에 찬 부모의 말씀이 자식의 형상을 만든다. 이를 본능적으로 알면서도, 많은 부모가 예정론과 비관론에 빠져 한 때뿐인 기회를 망쳐버린다. 부모의 마음으로 보는 자식의 형상이 결국 실제 자식의 형상이 된다. 


이제는 미완의 마음으로 숨을 불어넣어 줄 차례다. 마음은 마음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식의 마음속 아직 채워지지 못한 부분에는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복사하듯 불어넣는 것이다. 사악한 부모가 자식에게라도 착한 마음을 심고 싶어서 '착해져라.'라고 명령해 본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부모 자신이 먼저 바뀌는 수밖에 없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사상과 도덕은 진심이 될 수 없다. 그런 껍데기를 아무리 직접적으로 자식에게 주입하려고 해도, 오히려 그의 정신세계가 혼란스러워지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그러니 부모의 정신 속, 가장 진실하고도 선하고 견고한 마음을 잘 살펴서, 이를 자식에게 고스란히 주려고 해야 한다. 이 결심을 하는 동시에, 자식과의 모든 만남은 숨을 불어주는 시간이 된다. 


나 역시 어린 두 딸의 창조에 여전히 관여하는 행복한 시기다. 말씀과 숨으로 자식을 키워야 함을 기억하기에 다음 세 가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첫 번째로는 잊지 않고 매일 덕담을 꼭 해준다. 작은 성취 하나라도 칭찬하며, 약간은 과장해서라도 좋은 말을 해주고, 작은 실수를 보면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두 번째로는 아이의 여기저기를 봐주면서, 너무 예쁘다고 감탄해 주는 것도 좋겠다. 솔직히 이런 극찬은 자주 하지 않지만, 그들이 기뻐하며 내 말을 받아들일 때, 그들의 형상도 칭찬한 그대로 완성되어 갈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마음의 창조에 있어서,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부모의 마음을 좀 더 소중히 다룰 것이다. 내면 수련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또한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나의 무엇을 닮아갈지 기대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인생의 좋은 점을 먼저 보고, 사물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며, 행운을 불러오는 생각을 할 줄 안다. 이 마음은 두 딸에게도 심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숨을 쉬고 있으니.

작가의 이전글 유한과 무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