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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고 May 25. 2024

I (나) -2

4. 혼자만의 즐거움


고백하건대, 나는 어떤 활동에 대하여 외적인 연결성이 있을 때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일기에는 소홀했다. 기왕 어떤 학문을 한다면 주목받을 수 있는 목표 수치(학점이나 합격점 등)가 있는 것이 좋다. 기왕 선행을 한다면 타인이 알게 해서 그것에 감동받도록 하고 싶었다. 요새 노래를 연습했고 즐거웠지만, 마음속 상상은 실력을 쌓아 누군가에게 노래로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누구? 다시 추적해 보자. 지금껏 내가 즐겁게 행했던 일들에 누군가 감동을 받았던가? 아, 확실한 쪽은 바로 나다. 가장 감동받은 것은 바로 나이고, 자뻑이라 할 만큼 잘했던 것들을 되새겼었다. 나는 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기뻐했던가? 나는 왜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면서도 몰입했던가? I 가 그 모든 것을 관찰하고 함께 즐겼기 때문이다. 나에게 최고의 관객, 최고의 관찰자, I 를 제외시키고서 타인에게서 그 관심을 바라왔던 것이다. 


관점을 바꾸어, I 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I 야, 이 노래는 너만 듣고 있는 거야. 고마워. 그리고 나는 너에게 더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그러면 I 는 더 좋은 목소리로 응답한다. 나는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창조자는 항상 나의 생각을 알고 싶었고, 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I 를 통해 나를 관찰했고, 지금도 I 를 통해 나와 대화 중이며 어떻게든 나를 칭찬하고 내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 한다. I 와의 이 대화를 길게 끌기 위해, 뜬금없지만 나는 골프공을 치면서도 I를 붙들었다. "내가 얼마나 공을 잘 치는지 보아줘." I 는 이 스윙이 내가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 소원을 들어주는 방법으로 스스로 선물을 받도록 했다. 이 선물로 나는 과감한 풀스윙을 날려 I 감사와 진심을 보여줬다. 


천국은 가난한 자에게 열린다고 한다. 이 가난을 고통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I 가 얘기하길 가난은 결핍의 고통이 아닌 '안빈낙도'와 비슷한 의미라고 한다. 소박한 것, 돈을 얼마나 벌든, 사람을 얼마만큼 사귀든, 우리의 가장 가난한 원형, I 와 내가 주고받는 관계에 집중하는 삶이 가난이다. 나는  큰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고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고 싶지만, 더 중요한 것은 I 의 기쁨이다. 혼자만의 즐거움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I 와 더 깊은 대화도 가능할 것 같다.  들어줄 사람이 없어도 노래를 부르자. 읽어줄 사람이 없어도 일기를 쓰자. 알아줄 사람이 없어도 선행을 하자. I 는 이 가난을 즐기고 있다. 


Here I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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