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여자란 무엇인가?'
인기 있는 다른 애니인 귀멸의 칼날 보다 스토리 설정이 더 매니악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연출에만 좀 더 주목하자면,
1. 여자가 작정하고 남자를 꼬실 때.
예쁜 여자가 잘 웃어주고, 고개 한쪽으로 까딱하기만 해 줘도 남자는 넘어갈 수밖에 없죠.
거기다 원초적 매력, 철없는 남자보다 더 자연(원시)에 더 가까운 순수한 행동,
그게 다 훈련으로 만들어진 거짓이란 언급이 있었음에도,
절대 그럴 리 없는 진심이 있다고, 주인공도 관객도 극구 부인하며 확신하게 되는 여성의 모습,
사실 나는 주인공보다 먼저 이 여자에게 넘어갔어요.
'아, 나는 이런 유혹, 꼬드김 당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 도입부 연출을 너무 매혹적으로 잘해놓아서,
그 이후 화려한 폭탄 씬들로 여성을 강력한 악마로서 떡칠해 놓아도
이 여자와 남자의 연애 서사가 분명 다시 이어질 거라고, 믿고 바라도록 해놓았네요.
덧붙여 이 둘의 마지막은 모두에게 확실하게 각인되는 비극이 되도록!
***여자가 잘 웃어주기만 해도 남자는 홀라당 인생까지 바친다구!!ㅠㅠ
2. 구질구질한 서사 대신 상상을 자극하는 생략.
단 6개 단어로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보란 친구들 내기 요청에, 헤밍웨이가 써줬다는 문장,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이처럼 이야기에서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독자가 끝없이 추측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가장 여운이 남기에,
오히려 잘 연출한 이야기가 된다고 봅니다.
여자는 처음부터 망설였을까? 어디까지 작전이고 어디서부터 실패일까? 왜 수영을 가르쳐줬을까?
굳이 비교하자면, 악당의 서사를 아주 자세히 풀어서 성공적인 신파 스토리를 만든
귀멸의 칼날 극장판과는 좀 결이 다른 감동이 있네요.
제 기준으로는 이 작품 쪽이 좀 더 세련됩니다.
3. 압도적이고 조화로운 폭발 연출.
'악마가 폭탄을 쓴다.'
이 개념을 잡고 내가 직접 연출한다면 어디서 큰 폭탄 몇 개씩 터뜨리도록 하는 게 상상의 한계겠죠.
그리고 대부분 폭발의 형태는 남성적이고 큰 규모에 집중될 것임이 분명하고요.
하지만 매혹적인 여성이라는 컨셉을 폭탄의 연출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줄이야!
연이은 폭발은 스펙터클 하다기 보단, 아름답거나 조화롭다는 느낌으로 연출됩니다.
여성 캐릭터의 매력적인 행동 때문에 그런 면도 있지만,
일반적인 영화 속에서 폭발이 반복되면 점차 익숙하고 지루해지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지만,
이 애니는 미적 느낌을 최대한 살려 각각의 폭발을 새롭게 느끼도록 해냈을 뿐만 아니라,
앞서 얘기했듯, 이런 거창한 전투 중에도 남녀가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선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네요.
- 결론: 와인 한 잔과 첫사랑을 생각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