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물 위에 몸을 맡긴 순간, 세상이 잠시 멈췄다.
조급했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고, 따뜻한 물결 사이로 사라졌다.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문을 나설 때쯤, 내 마음도 어느새 맑고 가벼워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바람은 속삭이듯 이마를 스치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조심스럽게 쏟아졌다.
그 길 끝엔 오래된 놀이터가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공간은,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조용히 불러내는 듯했다.
나는 어릴 적 그네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했다.
구름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 발끝으로 바람을 밀어내곤 했다.
어느새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이, 천천히 기억 속에서 피어난다.
요즘의 나는,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있었다.
한 가지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나머지 세계는 온통 흐려져만 갔다.
앞만 보고,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루는 끝나지 않는 경주 같았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가는.
그렇게 ‘나’는 점점 사라지고, 해야 할 일만 남았다.
점점 조급해지는 시간 속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마저도 흐릿해졌다.
늘 ‘조금만 더’라며 속도를 높였고, 그 속에서 작은 일 하나가 꼬이면 금세 모든 일이 정체되었다.
내 안에서도 뭔가 자꾸만 걸렸다.
말로 꺼낼 수 없는 감정들이, 조용히 나를 짓눌렀다.
그래서 이제는 바쁜 하루 속에도 숨 쉴 틈 하나쯤은 꼭 남겨두기로 했다.
그 시간 하나가, 줄줄이 이어지는 정체의 시작을 막아줄지 모르니까.
그러니, 말해주고 싶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하루에 단 한순간만이라도 좋으니, 나를 위한 여백 하나를 남겨두라고.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은 그 시간이 마음을 다시 숨 쉬게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