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목욕탕 가는 날엔, 나는 작은 짐꾼이 된다.
목욕탕 가는 날엔, 나는 작은 짐꾼이 된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무게들을 조용히 접어 넣고, 서툰 위로 몇 개를 챙긴다.
가방을 들어 올린다.
수건 두 장, 샴푸, 바디워시, 폼클렌징 그리고 축 늘어진 머리끈 하나.
그날의 고난함을 차곡차곡 넣는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철저한 철칙인데,
속옷을 담을 봉투를 두 곳으로 나누어 챙긴다.
입은 것과 안 입은 것을 나눠 넣는 일.
어쩌면 어질러진 하루를 정리하고 싶은, 작은 결심일지도 모른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긴다지만, 왠지 뭔가 하나 빠뜨릴까 자꾸 확인하게 된다.
그 많은 것 중에도,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바로 천 원짜리 세 장이다.
바나나우유일까, 식혜일까, 오미자 주스일까.
그 짧은 망설임이 주는 사치가 좋다.
그리고 웬만하면, 마스크팩도 챙긴다.
남들 다 벗은 공간에서 혼자 얼굴을 덮는 건, 조금은 웃긴 일이지만, 팩을 하고 나면 자신을 돌봤다는 느낌이 들어서 빼놓을 수가 없다.
짐을 다 싸고 나면,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그 준비들이, 나를 위한 작고 조용한 배려였다고.
나를 돌보는 일은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포근한 수건 하나, 질서 정연한 봉투 하나, 가벼운 마스크팩 하나 더 챙기는 일이.
그런 사소한 것들이 오늘의 나를 살짝 끌어안는다.
내 작은 가방 속엔 오늘 하루를 견딘 나와 내일을 살아낼 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들여다보러 간다.
***
지친 하루 끝에
눈을 과 귀로 감정을 쉬게 하고 싶은 밤.
고요한 위로를 흑백 만화로 그려
음악과 함께 @iiii_toon 에 천천히 올리고 있어요.
그곳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되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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