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목욕탕 간판 한 줄에 일본까지 다녀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오전이었다.
습관처럼 온탕에 몸을 담그고, 천천히 벽을 올려다보았다.
익숙한 간판. 늘 보던 간판인데, 그날따라 한 줄이 마음에 콕 박혔다.
‘온천의 효능’
1번부터 5번까지는 익숙한 내용이었다.
무슨 성분이 들어 있고, 혈액순환에 좋고, 피부가 매끈해진다는 흔한 문구들.
그런데 마지막 6번에서, 웃음이 툭하고 새어 나왔다.
진지한 정보들 틈에 숨겨진 작은 유머 하나.
‘6. 일본 벳푸 온천보다 효능이 좋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웃음이 톡 튀어나왔다.
의학적인 설명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한 줄이 너무 귀여웠다.
작년 가을, 일본 여행을 계획하던 중 벳푸 온천에 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은 오사카로 갔었다.
벳푸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는데, 그날 목욕탕 간판의 한 줄이 그 감정을 뜻밖의 웃음으로 덮어주었다.
'벳푸보다 낫다고? 진짜야?’
물론 그냥 쓴 말이겠지만, 그 순간엔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몸은 동네 목욕탕 안에 있었지만, 마음은 벳푸 온천에 도착해 있었다.
“여기는 벳푸입니다. 어서 오세요.”
입구를 지나면서 마음속으로 안내 방송을 틀고,
열탕에 몸을 담그며 ‘이건 일본 명물 온천수입니다’라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렇게 상상만으로도, 목욕탕이 갑자기 특별해졌다.
늘 맡던 향, 늘 느끼던 물인데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마 한 번도 벳푸에 가본 적 없기에 가능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진짜 벳푸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이곳이 전혀 비슷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겐 충분히 좋았다.
사람들은 늘 ‘어디론가 떠나야만 리프레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떠나지 않고도 아주 사소한 발견만으로도 새로워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목욕탕 간판의 마지막 문장 같은 것.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
우리가 사는 작은 동네도,
작은 목욕탕도,
모두 뜻밖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참고로, 어려서부터 엄마 손 잡고 다녔던 목욕탕이, 예전엔 관광지로도 유명했던 식염온천이라는 걸, 나는 아주 나중에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