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엄마집 가는 길에 강을 따라 달리는 둑길이 있다.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긴 해도 강을 따라 죽 펼쳐지는 풍경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해지는 길이다.
제법 크게 자라 풍성해진 벚꽃길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늘어간다.
도로 다른 쪽은 벼농사를 짓는 논이 있다.
근처가 공항이라 이 일대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차창밖 풍경이 꽤 좋다.
더 빠른 다른 길이 있지만 굳이 나는 이 길을 따라 엄마에게 간다.
그리고 이 계절 만나는 아카시아나무도 이 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창을 열고 달리다 보면 여러 꽃방울들이 모여 흔들리는 모습,
살짝살짝 코끝에 닿는 아카시아 향기는 어느 순간 가물거리는 그 시절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아무리 애써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고 흐릿한,
그치만 익숙한 장소 그리고 알 수 없이 밀려드는 감정이다.
그 향기만으로 나는 어딘가를 계속 헤매고 있다.
저녁노을을 바라볼 때의 느낌과 비슷하지만 좀 더 역동적인 느낌이다.
슬픈 듯 즐거운 듯 알 수 없는 미묘한 그리고 아릿한 그 느낌.
작년 이 맘 때였을까 강변의 운치를 더하는 고목, 버드나무부터 이름 모를 나무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아카시아나무까지 난데없이 모두 베어버렸다.
그때 나는 정발 분 게 하여
강변과 둑길로 이어진 벌판의 나무들을 저렇게 다 베어버리면 이 하천이 장마 때는 얼마나 위험할 거야 그리고 그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나무를 그렇게 갑자기 어떤 설명도 없이 베어버린다고?
어느 날 갑자기.....? 누구 좋자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강가도 나무가 필요하고 나무도 강물이 필요할 것 같은데... 거의 매일 그곳을 지나는 나는 거의 매번 얼마나 오랜동안 화를 냈는지 모른다.
엊그제 본 SNS에서도 전주의 어느 곳도 수령이 꽤 되는 버드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며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곳에서도 안타운 상황들이 있었던듯하다.
누구의 어느 정책으로 이런 일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참 많이 속상했다.
그나마 논과 하우스가 있는 쪽의 아카시아 나무는 아직 남아있기에 올해도 그 길을 달리며
창문을 열고 감각을 집중해서 코를 들고 벌름거려 본다.
아주 살짝 옅은 아카시아 향이 스치듯 지난다.
아쉽다......
언제부터 나는 아카시아꽃을 좋아했을까?
딱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그 꽃향기를 맡으면 그 시절 언제가 아련한 시간들이 떠올를 뿐이었다.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은 거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닌 친구들이 없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때 이야기를 하면 너 부잣집 딸이었어?
그 시절 어린이집을 다녔다니 말이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우리집이 부자는 아니었으니 아마도 어쩔 수 없이 였을것이다.
그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가끔씩 지나갈 때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녔던 학교 앞을 지나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안내 표지판에는
내가 다니던 그때 이름 그대로 어린이집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설마 그 어린이집이 아직도 있는 걸까?
궁금한 생각이들자 곧 초등학교로 방향을 틀어 가보았다.
주변에는 아파트 건설 공사를 하고 있고
빌라들도 꽤 많이 새로 지어진 모습인데 좀 더 들어가보니
옛날 골목길들이며 주택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집 있던 곳을 가보니
건물은 내가 다닐 때는 단층건물에 마당이 꽤 넓었다고 기억하는데
어른이 되어 가본 그곳은 생각보다 작고 증축이 되어 2층으로 더 알록달록한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 그 이름 그대로.... 순간 밀려오는 감정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잠시 차를 멈추고 한참 바라보았다.
아이들 하원 시간인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곧 다시 차를 움직여 주변을 돌아봤다.
그땐 어린이집 버스 같은 건 없던 때라 집에서 어린이집까지 걸어 다녔었다.
지각하는 날은 엄마와 갔고 보통은 혼자 등하원 했던 것 같다.
지금은 대여섯 살 어린아이 혼자 아파트 단지 내도 아닌 곳을
혼자 다니는 일이 있을 수없는 일 같지만 말이다.
그땐 지금처럼 차가 많던 시절도 아니고 큰 찻길도 아니어서 가능했던것 같다.
기억속 매일 지나던 그 길옆으로 주택들이 있었고 꽤 커다란 나무가 풍성한 잎과 가지들이
곧 길에 닿을듯 드리워져 있었는데
아직 그 집들도 나무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커다란 아카시아나무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늘 지나던 그 길에서 이 계절이 되면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후각을 통해 나의 뇌속에 깊이 저장된
아카시아향기는
어쩌면 외롭고 쓸쓸하기도 했을 그시절
그럼에도 또 따듯했던 그 아련한 시절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것같다.
그리고, 이 계절이 오면 그때 그곳으로 나를 늘 이끄는것이다.
여전히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카시아꽃,
바람에 흔들려 종소리가 울릴 것 같은 아카시아 꽃송이,
달콤하고 상큼한 향기,
어린이집에서 이제 막 하원하는 5살 나와 함께 했다.
아카시아 꽃말 ; 숨겨진 사랑,고상함, 우정,깨끗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