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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by 마음 한잔

학창 시절 체육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마 싫어하는 과목이었을거다

어떻게든 그 시간을 좀 빠져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체육이 들어있는 날 교실 주번이라면 왠지 그날 아침은 등굣길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날은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프거나 두통이 생긴다거나 정말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기저기 통증이 생겼다. 난 그만큼 체육시간 활동이 재미가 없고 싫었다.

둘째 아이가 중학생일 때 'ㅇㅇ이는 어떤 과목이 제일 재밌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야?'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체육시간! 난 체육시간이 너무 좋아. 오늘도 배구하는데 나 정말 잘해서..." 하며 체육시간 에이스로 뛰었던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데 적잖이 놀랐다. 나중에 큰아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너무 당연하게 동일한 답을 했다. 아이들에게 '왜 체육시간이 좋지? 엄마는 제일 싫어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힘들고 재미없었는데' 하자 두 녀석 모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왜?"라고 외쳤다.

아마도 아이들은 아빠의 유전자영향이 큰듯하다 셋은 정말 지치지 않는 체력들을 가졌다.

내가 체육을 싫어했던 건 아마 나의 성향이나 성격도 영향이 있었을 테고 그만큼 체력이 따라주지 않기도 했다. 예민한 성격에 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툭하면 배가 아프고 그래서 양호실을 들락이기 일쑤였다.

이런 내가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육아를 하던 시절 아픈 적이 없었다. 그땐 천하장자라도 된 것처럼 아이들도 번쩍번쩍 안고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고 쓸고 닦고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하고 아이들이 잠든 저녁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생기면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듣다 새벽까지 잠못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아침이 오면 또다시 엄마의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기, 참 감사하게도 아프지 않고 잘 살아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기 일은 스스로 해내기 시작하고 나는 4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바닥난 나의 체력에 조금씩 신호가 오기시작했다. 그제야 내가 그간 감기 한번 앓지 않고 지내왔다는 걸 알았다.

건강에 좀 더 신경 쓰지 못함이 미련스러울 수 있지만, 그때 든 생각은 그냥 시기적절하구나 이제는 '나'를 좀 돌봐야 하는 시기구나 싶었다.

저질 체력을 극복해 보려고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들을 갖기 위해 조금씩 애썼다.

시간은 늘 공평하지만, 똑같지는 않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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