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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n 23.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① 입국

샌프란시스코는 지금도 페리가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샌프란시스코에 관한 환상은 미국의 팝가수 스콧 매켄지의 노래 <San Francisco : Be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1967)>로부터 시작되었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로 시작되는 노래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잊지 말고 머리에 꽃을 꽂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견해를 가진 모든 세대가 있으며, 여름철에는 사랑의 집회가 열릴 거”라고 기대감을 부풀렸다. 

노래는 그해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에서 열린 국제 대중음악 축제 홍보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순하면서 반복적이고, 그리고 매력적인 리듬과 가사는 이후 귀에 딱지가 내려앉을 만큼 계속 들었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는 자연스럽게 내 의식을 지배했다. 물감처럼 알록달록한 원색의 도시로.

 

먼저 금문교 대신 먼저 '베이 브릿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한다

2023년 5월 22일, 우리 부부를 실은 대한항공 여객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0시간 30분만에 샌프란시스코 공항 상공 위로 접어들었다. 창문 밖 얕게 낀 안개 사이로 먼저 바다가 보였다. 그런데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지중해의 에메랄드 색에 익숙해졌나? 

“어!” 그리고 공항은 무채색이다. 기대밖의 색조로 인해 혼자 키운 짝사랑에 균열을 보였다. 하지만 잠시, 배신감 비슷한 감정은 예상보다 빠른 입국 절차와 직원들의 친절로 보상받았다. 짐을 찾고 젊은 보안요원 앞에 섰다. 그가 웃으며 던진 질문은 의외이며, 간단했다. 


 “짐 속에 김치나 순대 같은 것 없나요?”

한국 사람을 많이 접했나 보다. 긴장한 얼굴 근육을 풀고 덩달아 함박 웃으며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추가 질문 없이 곧바로 출입구 방향을 일러주며 통과시켜 준다. 이게 뭔 일이지? 테러 때문에 입국 절차가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처음 만난 샌프란시스코 공무원은 센스와 유머가 넘쳤다. 

마중 나온 큰 애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운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 생각이 바뀌면, 세상이 달리 보이는 법이다.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도 재치와 예의라면, 남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 노랫말처럼 머리에 꽂지 않았던 꽃을 종합상가 <우드랜드>에서 찍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바에서 식사하는 점잖은 손님 모습은 예의상 흐릿하게 처리했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고속도로를 타서 그런지 큰 애가 몹시 서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로 주변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사흘 머물기로 한 도심지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인근 태국 식당에서 국수와 레드 카레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였다. 기내에서 한숨도 못 자서 그런지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노트북에 내려받아 놓고 아꼈던 영화 <더 글로리> 시리즈에 지나치게 몰입했나 보다.

 

거리 풍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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