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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n 25.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② 페리 빌딩과 큐피드 화살

숙소에서 잠시 휴식 후 우리 세 명은 샌프란시스코 항만으로 길을 나섰다. 다운타운 내 주차비가 살인적이라 차를 숙소에 두고 걷기로 했다. 그런데도 숙소 내에서도 하루 주차비가 70달러라 한다. 아니! 숙박하는 손님에게도 주차비를 받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올록볼록한 건물과 창 없는 건물

듣던 바와 달리 가는 길에 노숙자가 흔치 않았다. (이틀 후 ‘일본 센터’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는 많은 노숙자가 발견되었다) 교통수단, 건물 디자인, 인종이 각양각색이다. 지나치는 행인에게서 흔히 대마초 냄새가 난다. (대마초인 줄은 큰애가 알려주어 알았다. 정말이다)


전기 버스와 간디 동상

그리고 성 소수자가 길에서 가볍게 키스하는 장면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좋다! 진보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답다. 어쨌든 햇볕은 차별없이 고루 따갑고, 사람들은 생기 넘친다. 가벼운 차림새로 나선 나의 발걸음에선 어느새 여독이 사라졌다. 


베이 브리지와 만나는 예르바부에나 섬과 페리 선착장

이곳 항만에선 페리호가 건너편 오클랜드를 비롯하여 여러 도서 지역을 운항한다. 교통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는 지금도 매우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샌프란시스코 동편으로 다리가 세 개 있다. 그중 가장 먼저 세운 것이 ‘베이 브리지(Bay Bridge)’다. 오클랜드와 연결한 14km의 다리로, 1936년 개통했다.

왼편으로는 트레이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가 보인다. 베이 브릿지 중간지점에 있는 예르바부에나섬(Yerba Buena Island)과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이곳은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한다. 


페리 빌딩 내부와 험프리 아이스크림 집

선착장 바로 옆 ‘페리 빌딩’은 상가와 음식점이 밀집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상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평온했다. 드문 일이라 한다. 경기 침체 때문인가? 하지만 우리가 가고자 한 곳은 모두 손님들이 대기줄을 이뤘다. 해산물 전문점 ‘호그 아일랜드 오이스터’가 제일 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난 가게다.


먼저 ‘블루 보틀’에서 랏떼와 아메리카노를 사서 건물 밖 벤치에 앉았다. 미 서부 3대 커피 중 첫 번째 시음이다. 스타벅스가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 보틀은 애플이다. 하지만 모처럼 마주 앉아 나눈 가족 대화가 더욱 좋았다. 주말에 포틀랜드에 사는 딸이 합류하면, 완전체가 된다.


커피를 마시고, 다시 ‘호그 아일랜드 오이스터’를 찾았다. 20분 이상 대기했음에도 실내는 손님으로 가득 차 하는 수 없이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일교차가 크다. 따가운 햇볕을 믿고 바람막이 정도의 웃옷을 준비했는데 저녁이 가까워지자, 한기가 스며든다. 다행히 머리 위로 전기난로가 설치되었다.


‘클램 차우더’와 이 집 대표 메뉴인 생굴을 시켰다. 나는 굴을 좋아한다. 통상 쪄서 양념장에 밥 비벼 먹는 편이다. 생굴을 먹으면, 금세 질리기 때문이다. 크기가 우리나라 것보다 작은 굴이 종류별로 두 개씩 짝지어서 등장했다. 

생산지를 일일이 설명해 주는 것으로 보아 약간씩 다른 맛일진대, 이를 구별할 정도로 나의 미각이 발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스에 찍어 먹은 이곳 생굴은 전체적으로 약간 시면서 짭조름한 것이 맛나다. 계속 손이 간다, 손이 가.

‘클램 차우더’가 생굴과 상호보완한다. 뜨뜻한 크림수프와 섞여 굴이 속을 편안히 해준다. 하지만 가게의 백미는 직원들의 친절함이 틀림없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별도로 뽑거나 공동 투자한 듯하다. 제집 손님 맞이하듯 사람을 대한다. 안면 있는 사람들이 지나가면 소식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그리 짐작하게 한다. 영업이 잘될 때는 그만한 이유들이 모두 모여 있는 법이다. 


인근에 땅속 깊이 ‘큐피드 화살’이 꽂혔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이 타인을 대함에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가 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활까지 묻혔다. 그럼, 큐피드가 샌프란시스코에 ‘올인했다’는 말인가? 너무하다. 다른 곳은 어쩌라고. 아무래도 작가가 화살만으로는 허전해 짝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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