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 우리의 여행 동선은 샌프란시스코 만(灣) 북쪽으로 조금씩 올라가도록 설계되었다. 베이 브리지 → 피어 39 → 금문교 순이다. ‘피어 39’로 가기 위해 드디어 ‘케이블카’를 탔다. 영화에서 하도 많이 보아서 샌프란시스코 관광 시 버킷 리스트 중 으뜸이었다.
한 냥짜리 노면전차(路面電車)인데, 이곳에선 케이블카라 한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전차를 탔던 경험을 지녔다. 오래전 마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강과 가까워 당시 ‘새우젓 동네’라 불린 그곳은 전차 종점이었다. 녹슨 유행가 중에 은방울 자매가 부른 <마포 종점(1968)>의 모티브다. “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다.
이곳 케이블카는 예전 우리 것보다 규모가 작고, 절반은 개방형이다. 긴 손잡이 허리를 잡고 몸을 밖으로 내놓고 갈 수 있다. 여기에도 할 말 있다. 한때 기차 통학을 했기에 객실 계단에서 손잡이를 잡고 심지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관록도 갖고 있다.
발을 최대한 지면 가까이 내린 후 착지와 동시에 속도에 맞춰 냅다 달려야 한다. 그냥 멈춰 서려고 하면, 몸이 열차에 빨려 들어간다. 철모를 때 저지른 몹시 위험한 장난질이었다. 하긴 그땐 침목의 못을 빼어 엿 바꿔 먹는 시대였다. 공소시효가 지난 자백이다.
그러나 이곳 케이블카는 생각과 달리 관광객만 실어 나르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서 주민들이 손을 들어 멈춰 세우면,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이때 운전하는 모습이 세밀하게 드러난다. 덩치 큰 운전자가 실내에서 어깨 높이의 조작기를 작동한다.
그런데 두 개의 조작기 모양새가 마치 긴 자동차 사이드키처럼 생겼다. 발로 바닥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제어하는 동시에 조작기를 당겨 케이블카를 멈추고 다시 작동하기를 반복한다. 뒤에 있는 조수는 요트의 방향키처럼 생긴 것을 조작한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정확히 모르겠다. 위로 연결한 하얀 밧줄을 당기면, 실내 운전자에게 종소리가 전달된다. 낭만적인 의사 전달 수단이다.
케이블카는 1873년 출발하여 1915~1927년 사이 현재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주민 편의를 위해 행선지가 여럿으로 지금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도 관광 겸해서 1개 노선 정도의 전차를 남겨 둘만 했다.
큰 애는 최초 ‘롬바드 스트리트’를 먼저 들렀다가 ‘피어 39’로 가려 했다. 하지만 다음에 올 케이블카를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몰라 방향을 바꿔 ‘피어 39’ 행을 탔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이 그날 큰 애를 일찍 잠에 곯아떨어지게 했다.
피어 39에서 롬바드 스트리트로 올라가는 언덕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작은 등산 수준이다. 하지만 이래 봬도 난 준비된 사람이다. 왕년에 보스턴 마라톤을 뛰었고,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4시간 넘게 청계산 산행에 나선다. 당뇨가 있는 아내도 평소 스트레칭과 등산으로 몸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큰 애는 근력 위주의 운동에 집중했기에 지구력이 조금 떨어졌다. 흐흐 선택이 결과를 담보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