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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n 28.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③ 노면전차(케이블카)

샌프란시스코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 우리의 여행 동선은 샌프란시스코 만(灣) 북쪽으로 조금씩 올라가도록 설계되었다. 베이 브리지 → 피어 39 → 금문교 순이다. ‘피어 39’로 가기 위해 드디어 ‘케이블카’를 탔다. 영화에서 하도 많이 보아서 샌프란시스코 관광 시 버킷 리스트 중 으뜸이었다. 

한 냥짜리 노면전차(路面電車)인데, 이곳에선 케이블카라 한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전차를 탔던 경험을 지녔다. 오래전 마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강과 가까워 당시 ‘새우젓 동네’라 불린 그곳은 전차 종점이었다. 녹슨 유행가 중에 은방울 자매가 부른 <마포 종점(1968)>의 모티브다. “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다.


이곳 케이블카는 예전 우리 것보다 규모가 작고, 절반은 개방형이다. 긴 손잡이 허리를 잡고 몸을 밖으로 내놓고 갈 수 있다. 여기에도 할 말 있다. 한때 기차 통학을 했기에 객실 계단에서 손잡이를 잡고 심지어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관록도 갖고 있다. 

발을 최대한 지면 가까이 내린 후 착지와 동시에 속도에 맞춰 냅다 달려야 한다. 그냥 멈춰 서려고 하면, 몸이 열차에 빨려 들어간다. 철모를 때 저지른 몹시 위험한 장난질이었다. 하긴 그땐 침목의 못을 빼어 엿 바꿔 먹는 시대였다. 공소시효가 지난 자백이다.


노란 형광복을 입은 운전수(왼편)와 조수(뒷편)

그러나 이곳 케이블카는 생각과 달리 관광객만 실어 나르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서 주민들이 손을 들어 멈춰 세우면,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이때 운전하는 모습이 세밀하게 드러난다. 덩치 큰 운전자가 실내에서 어깨 높이의 조작기를 작동한다. 

그런데 두 개의 조작기 모양새가 마치 긴 자동차 사이드키처럼 생겼다. 발로 바닥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제어하는 동시에 조작기를 당겨 케이블카를 멈추고 다시 작동하기를 반복한다. 뒤에 있는 조수는 요트의 방향키처럼 생긴 것을 조작한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정확히 모르겠다. 위로 연결한 하얀 밧줄을 당기면, 실내 운전자에게 종소리가 전달된다. 낭만적인 의사 전달 수단이다.


케이블카는 1873년 출발하여 1915~1927년 사이 현재의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주민 편의를 위해 행선지가 여럿으로 지금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도 관광 겸해서 1개 노선 정도의 전차를 남겨 둘만 했다. 

큰 애는 최초 ‘롬바드 스트리트’를 먼저 들렀다가 ‘피어 39’로 가려 했다. 하지만 다음에 올 케이블카를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몰라 방향을 바꿔 ‘피어 39’ 행을 탔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이 그날 큰 애를 일찍 잠에 곯아떨어지게 했다.

 

케이블 카를 타기 전 일찍 도착했기에 들른 근처 '유니언 광장'

피어 39에서 롬바드 스트리트로 올라가는 언덕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작은 등산 수준이다. 하지만 이래 봬도 난 준비된 사람이다. 왕년에 보스턴 마라톤을 뛰었고,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4시간 넘게 청계산 산행에 나선다. 당뇨가 있는 아내도 평소 스트레칭과 등산으로 몸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큰 애는 근력 위주의 운동에 집중했기에 지구력이 조금 떨어졌다. 흐흐 선택이 결과를 담보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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