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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n 30.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④ 피어 39

‘피어(Pier) 39’는 관광객으로 붐볐다. 한 마디로 이곳은 바다사자 동물원이다. 수면 위로 넓게 깔아준 평상 같은 널빤지 위에 바다사자들이 군집을 이뤘다. 좋은 놈, 나쁜 놈, 그리고 이상한 놈. 엄청 많다. 수백은 족히 된다. 대부분 널브러져 마치 선탠(?)을 즐기는 듯하다. 어쨌든 행동이 자유롭고, 많은 인간이 자기들을 지켜본다는 사실에 괘념치 않았다.

 

그중 오래 누워 있었는지 여부는 몸 색깔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물에서 바로 나와 누운 녀석은 몸이 매끄럽고, 어두운 색이다. 반면 오래 있던 녀석은 햇빛에 털이 말라 좀 더 밝은 색이다. ‘이상한 놈’은 무슨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 크고 거칠게 소리 지른다. 우리 동네 연못에 사는 맹꽁이 합창보다 더 시끄럽다. 


'피셔맨 워프' 입구 간판과 '피어 39' 내부
이곳 상징물 <던지네스 클랩>과 <바다사자> 조형물

‘피셔맨 워프(Fishermans Wharf, 어부들의 선착장)’는 바다사자를 테마로, 주변에 기념품, 쇼핑센터, 유명 음식점, 위락 시설 등이 발달하였다. ‘바우딘 베이커리’의 호밀빵을 채운 클램 차우더나 ‘던지네스 클랩’, 그리고 수제 맥주가 유명하다. 

그러나 아내의 고집으로 굳이 노상 과일가게에서 체리와 납작 복숭아를 택했다. 수산물 시장에서 스테이크 사 먹는 꼴이다. 그런데 과일이 싱싱하고 맛나다. 의외의 만족감에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곳곳에 갈매기가 먹을 것을 찾아 사람 주위로 앉거나 얕게 난다. 그중 한 마리가 영악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빈 사이에 잘 구운 소시지를 잽싸게 물고 도망친다. 누가 ‘새 대가리’라 했지? 하지만 발을 사용하지 않고 왜 주둥이로 챘을까? 물고 있기엔 소시지가 너무 컸는지 땅에 떨어뜨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녀석들이 몰려들어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다. 이래서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인간’)가 수렵 채집 생활 중 공동 번영을 위해 나름 규범을 만들었나 보다. 흐흐 비약인가? 


알카트라즈 섬과 선박

참, 이곳에서 알카트라 섬(Alcatraz Island)으로 관광을 가는 선박 편이 운영된다. 군사 요새였던 것을 연방 교도소로 전용했는데, 빠른 조류와 7~10도의 차가운 수온 때문에 살아서 탈출할 수가 없다 하여 “악마의 섬”으로 불렸다. 1962년에 발생한 3인의 탈출 사건이 큰 화제가 되어 영화 <알카트라즈 탈출>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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