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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l 05.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⑤ 롬바드 스트리트

기라델리와 페인티드 레이디스

'롬바드 스트리트', 중앙에 자동차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롬바드 스트리트'로 가는 언덕과 시청사가 보이는 가짓길

‘피어 39’는 샌프란시스코 여행 후기에 제일 먼저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제 보니 그 명성이 그다지 다가오지 않았다. 나이 먹어서 그런가? 아니, 습관적으로 유럽 여행하듯 미국을 바라 보아서일지 모른다. 

사실 신생국 미국에 역사, 문화적으로 오래된 유적지가 있을 리 만무하다. 서부, 특히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멕시코 땅이었다가 1847년 전쟁 끝에 미국 땅이 된 샌프란시스코는 더욱 그러하다. 

도시는 19세기 캘리포니아에 ‘골드러시’가 불어닥치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이 되자 ‘.com’ 붐이 일면서 스타트업 회사들이 지역 경제를 견인했다.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경제 규모는 뉴욕, LA에 이어 세 번째다. 따라서 유럽처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현지인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체험하며, 그러는 가운데 즐기고 힐링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근 ‘기라델리(Ghirardelli) 초콜릿 스퀘어’가 차라리 미국적이다. 1852년에 도밍고 기라델리가 창업했다. 1900년부터는 오직 초콜릿 분야에만 집중했고,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곳 여러 가게엔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과 파생상품을 화려하게 진열했다. 그래서 이곳을 찾은 사람 중엔 단연 젊은 연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단것을 좋아하는 나하고도 궁합이 잘 맞는다. 크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잠시 행복해졌다. 인생이 뭐 별거냐?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충분하고, 그것이 쌓여 삶 전체가 아름다운 것이지. 칼로리가 높다며 잔소리하던 아내도 여기서만큼은 슬쩍 눈감아주었다.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를 향해 걸었다. 큰애가 미리 깔아 놓은 구글 지도를 검색하면서 앞장섰고, 우리 부부가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 올라갔다. ‘언덕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곳은 가장 경사진 길이다. 도착하니 도심이 한눈에 보인다. 차들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약 27도 급경사에 여덟 개 S자형 커브 사이로 화단을 조성했다.

 

양편에 계단으로 인도를 조성했지만, 관광객 중에는 아예 차도로 들어가 사진을 찍곤 한다. 차들도 클랙슨 대신 이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아마 같은 관광객들 아닐까?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예쁘게 단장한 양편 집들도 꽃길과 잘 어울린다. 아래로 내려가다가 ‘찰칵’, 위를 올려다보며 ‘찰칵’. 수없이 샤터를 눌렀다. 

 

'페인티드 레이디'
이웃집 모습

우버를 불러 ‘페인티드 레이디스(painted ladies)’로 이동했다. 이 흥미로운 이름은 파스텔 색조의 빅토리아 시대 건축 양식을 말한다. 어깨를 나란히 한 집 몇 채가 무슨 관광지가 될까 싶다. 주변에 예쁜 집도 눈에 띄는데. 


맞은편 '알라모 스퀘어'

개인적으로는 건너편에 위치한 공원 ‘알라모 스퀘어’의 시민들 모습이 더 미국적으로 보인다. 가족과 애완견이 함께 어울리거나 잔디밭에서 혼자 독서하는 자유분방함이 보기 좋다. 일종의 미국식 무형문화재처럼 다가온다. ‘자유’, 그 가치는 자유로울 땐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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