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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l 07.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⑥ 금문교와 소살리토

골든 게이트 브리지(금문교)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길이 약 2,800m, 두 개의 탑 높이가 227m의 대형 현수교다. 현수교는 교량 없이 케이블로만 상판을 지탱한다는 의미이며 1933년에 착공, 1937년 5월에 개통했다.

 

동쪽 베이 브리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도시의 교통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협 북쪽 마린카운티 방향으로 세웠다. 건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이자, 가장 높은 현수교 탑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다리는 남단에서 멀리 두고 보았을 때 매우 서정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해변을 뛰거나 산책하는 주민의 모습과 겹치면, 한가하고 심지어 나른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건너편 북단 ‘밧데리 스펜서’에서 내려다보면, 다리는 금세 모습을 바꾼다. 경탄과 숭고(崇高)를 드러낸다.

 

해협을 가로질러 미끄러지듯 달리는 성냥갑 같은 차량이 규모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그런데 다리가 붉은 단풍색이다. 황금색 명칭을 지녔기에 저절로 그 이유를 묻게 한다.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만(灣)을 부르던 이름이 골든게이트(Golden Gate)였다. 


난공사였다고 한다. 수심 깊은 바다 위로 먼 거리를 교량 없이 짓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완성된 지금의 다리는 66m 아래 수면으로 대형 배가 통과할 수 있다. 장관이다. 멀리 외국에서 스님들이 찾아와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만 하다.


다리 감상을 마친 후 북단의 아름다운 마을 ‘소살리토’로 향했다. 만(灣) 한 자락을 낀 도로 옆 상가와 산 위에 지어진 집들이 마치 고급 별장촌 같다. 그러나 생활 공간이다. 산으로 가로막힌 이곳 주민은 지금도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출퇴근할 때 페리로 왕래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헬게이트’ 때문이다.

바다를 연한 예쁜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퓨전 음식과 함께 생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 중국 요순시대가 아무리 살기 좋았기로 이만한 즐거움이 있었을까? 글자 그대로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 센강과 오르세 미술관이 있는 파리도 좋겠지만, 이곳에서도 시름을 접어두고 한 달은 지낼만하다.

 

포장도로 옆 인도로 산책하듯 걷다가 예쁜 카페에 눈이 갔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어 그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서울 가서 두고두고 생각날 만한 한가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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