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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영 Jul 21.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꽃을 ⑩ 요세미티 국립공원

'하프 돔' 전경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프리몬트에서 차로 3시간 걸린다. 큰 애가 그곳 관광 의향을 묻자 “아들 고생한다”며 아내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나는 예전 교과서에 실렸던 그랜드 캐니언이나 옐로우 스톤 어느 곳도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단호하게 말했다.


“죽기 전에 못 볼지 모른다. 이번 기회에 가 보자.”


공원 초입

결국, 2박 3일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마지막 순간에 숙소가 바뀌어 공원 내 랏지(Lodge)로 예약할 수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커다란 행운인지 몰랐다. 가족실은 더블 침대와 2층 침대를 구비했다. 공간이 넉넉했고, 공원 바깥 숙소들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게다가 요세미티 폭포 바로 옆에 있어서 공원 길이 헷갈려도 아침저녁으로 아내와 산책할 수 있었다.


폭포는 북미에서 제일 높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열네 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두 배 높이다. 상류에 빙하 녹은 물의 양이 풍부하여 직경 739m 높이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천둥 벼락과 같다. 그 물이 바위와 지표를 부딪쳐 솟구쳐 오르며 뿜어내는 물보라는 연약한 인간을 모두 쓸어 낼 기세다. 규모에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었다.


진입로와 계곡


주말 공원 진입로는 교통 체증이 심해 어떤 때는 3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다행히 연휴 마지막 날이라 우린 상대적으로 불편이 작았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과 연한 계곡에 격랑이 인다. 홍수 때 개울 물이 거칠게 노여워하는 형상이다. 휩쓸리면, 끝장이다. 하지만 레프팅을 즐기는 사람에겐 낙원이다.

숙소 근처 주차장은 꽤 넓은 데도 차를 댈 수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공간을 찾아 간신히 주차를 마쳤다. 공원 내 편의시설과 음식점, 기념품 가게 등은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운용되고 있었다. 기념 티셔츠를 샀는데,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공원 내를 운행하는 버스는 두 종류다. 해설이 곁들인 유료 무개(無蓋) 버스가 아침 10시, 오후 2시 두 차례 출발한다. 1인 45달러다. 공원 직영 무료 셔틀버스는 두 개 코스를 수시 운행한다. 모두 19개 정류장이며, 도착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도 권할 만한 방법이다.

 

구름 걷힌 '하프 돔'

찾아볼 관광 포인트와 트레일 코스는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전에 언급한 요세미티 폭포와 ‘하프돔’이 대표적이라 생각한다. 하프돔은 커다란 화강암 바위로, 반원 모양으로 생겼다. 웬만한 곳에서 다 보이기에 현재 위치와 가고자 하는 곳의 방향을 가늠하는 랜드마크다.

 

'미러 레이크'

계곡에 물이 불었다. 그래서 코스가 폐쇄되거나, 길이 끊겨 우회하는 곳이 많았다. 계획했던 ‘글래이서 포인트(Glacier Point)’가 폐쇄된 경우다. 차선으로 선택한 ‘미러 레이크(Mirror Lake)’ 관광도 흡족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빙하 호수인 이곳은 원래 수량이 풍부할 때 왼편 노스돔과 오른편 하프돔이 수면 위로 비췄기에 만들어진 이름이다.


'미러 레이크'에서 바라본 풍경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곧 조그만 팻말이 나타나 신경 쓰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수량이 적어져 얕은 내 정도로 인식하기에 십상이다. 기후 이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보인다. 그랬음에도 호수 상류 다리까지 왕복하는 그곳 트레일 코스 일부가 물에 잠겼다. 


앞서가던 젊은 한 쌍이 길을 알고 있는 듯 용감하게 허리까지 찬 물을 건넌다. 우린 우회 길을 찾아 조심스럽게 더듬듯이 진출했다. 거대한 나무가 빼곡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쓰러진 나무가 좁고 경사진 길을 가로막아 자칫 일행을 잃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나이에 모험은 사치다. 더 이상 무리하지 말자. 우린 가던 길을 용감하게 되돌아왔다.

 

캠핑카와 천막촌

대신 커리 빌리지(Curry Village)까지 한 정거장 거리를 걸었다. 중간에 캠핑카와 천막, 그리고 개인용 텐트가 밀집한 장소를 지나쳤다. 안내소에서는 냄새나는 음식을 조리할 경우, 곰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는데 이들 들으라고 한 말인 듯싶다.  그만큼 숲이 울창했다.


'인디언 가옥'과 스티브 잡스가 결혼한 공원 내 호텔


'안셀 애덤스 갤러리'

숙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웅장하진 않아도 제법 괜찮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인디언 가옥, 박물관···. 그중  미국 풍경 사진의 제1인자  ‘안셀 애덤스 사진 갤러리(The Ansel Adams Gallery)’의 역사가 재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한 그는 피아니스트였다고 한다. 

그가 요세미티를 찾았을 때 화가의 갤러리였던 이곳을 들락날락하게 된 까닭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피아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자주 찾으면서 애덤스는 화가의 딸과 눈이 맞았다. 결국, 이곳에 정착한 그는 스물여덟 살에 사진작가가 되고, 조리갯값 64의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여 요세미티 절경을 담았다. 



<사진 만들기(1935)>를 썼고, 국립공원 사진집으로 구겐하임 재단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시내 ‘드 영 박물관’을 찾았을 때도 그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사위에게 넘긴 현재의 갤러리에서는 노출에 관심이 깊었던 애덤스의 흑백 요세미티의 풍경이 전시되고 있다. 

공원 내 사진 워크숍을 만들어 교육자로도 알려진 애덤스는 1984년 향년 여든두 살의 나이로 몬터레이에서 사망했다. 그의 사랑이 그를 훌륭한 사진작가로 만들었을까?, 요세미티가 그리했을까? 여하튼 그에게 요세미티는 운명처럼 다가온 행운이었다. 


잔설과 폭포 아래에서 사진 찍는 모습

하지만 이곳에서 찍은 나의 사진은 허접하기만 하다. 그의 서사를 듣고 크게 위축된 나의 심리가 반영되었다. 하긴 그만큼 사진을 사랑하지도 않았고, 시간 할애와 노력도 없었다. 그야말로 핸드폰보다 조금 더 섬세하게 접근하는 정도다. 

풀 프레임(full frame) 카메라 한 대 갖추었으면서도 이젠 깜빡하고 조리개 조작도 잊어버리는 주제다. 비교는 무슨, 그야말로 언감생심(焉敢生心), 농담이다. 그냥 여행을 기록하면서 즐기면 그만이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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