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인형의 오늘

부서진 인류애를 마주하며..

by 시아

병원에서 있었던 일들로 인해
나는 한동안 망가진 인형처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나에 대한 오해와 불신 자체는
사실 견딜 수 있는 일이었다.
오해는 언젠가 풀릴 수 있고,
신뢰는 다시 쌓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이곳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고,
사람의 실수와 부족함보다는
선의를 먼저 떠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끼고 신뢰하던 관계들이
내가 생각하던 모습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마주한 순간,
마음 한쪽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앞에서는 위로를 건네고
내 배려에 고맙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어쩌면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옳은 말은 불편함이 되고,
잘못된 부분을 짚는 일은 귀찮음이 되는 현실.
정의와 공평을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면
각자의 자리와 편의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모습들.


그 한가운데에서
나는 혼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처럼
고립감을 느꼈다.


거짓이 오해로 둔갑하고,
침묵이 동의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들을 지나며
문득 어린 시절의 교실이 떠올랐다.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들이
이름만 바꾼 채 반복되고 있었다.


입 안에 쓴맛이 오래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내가 버텨냈듯,
지금의 나 역시 버텨내려 한다.


좋은 사람은 많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옳은 일은 언제나 부족해 보여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비록 이번 선택이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지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그 안간힘 속에서
세상은 아주 조금씩,

느리게 움직인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한 쌈닭이 된다.
크게 소리치지 않지만,
쉽게 놓아버리지 않는 사람으로.

그게 지금의 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