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집에 가는 길에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한다.
반가운 마음에 아버지를 불러보지만, 듣질 못하셨는지 계속해서 걸어가신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아버지를 향해 다가가다가, 점점 걸음을 늦춘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이렇게 왜소했던가’
노을이 지는 모습과 아버지가 겹쳐 보인다.
예전에도 이런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아버지와의 팔씨름에서 처음 승리했을 때, 마냥 기쁘지는 않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슈퍼맨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사실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을이 져도 태양이 뜨거운 건 변함없듯이, 아버지도 나에게 그런 존재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태양, 그리고 노을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뒤에서 걷다가, 아버지를 다시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