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유쾌한씨 Oct 06. 2023

10명만 수업하는 이유

자신의 ‘분수’를 잘 알고 있는 ‘수학 선생님’입니다

이사 오기 전에 처음 오픈했던 공부방은 1년 정도 운영을 했습니다. 처음 거주했던 아파트는 오래되고 세대 수가 적어서 학생이 별로 없었습니다. 각 세대와 아파트 광고판에 꾸준하게 홍보지를 붙였지만 이사 오기 전까지 4명의 학생과 함께 수학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정원을 10명으로 정했습니다. '수학 선생님'이 자신의 '분수'를 잘 알았다고 해야 할까요? 암튼 이사 온 곳은 3000세대가 넘는 초품아 아파트라서 프랜차이즈 공부방과 개인 공부방이 우후죽순 오픈을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듣보잡 선생님은 두려움이 먼저 앞섰습니다. 하지만 많은 세대수 덕분에 오픈 7개월 만에 정원이 마감되었습니다. 임대료가 비싸도 왜 번화가에 가게를 오픈하는지 알게 되었죠. 어쩌다 대기생이 있는 공부방이 되었습니다. 대기생이 있는 공부방을 운영하고 싶었는데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정원을 더 늘릴까?'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저의 수업 방식은 소수 인원이 맞습니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에 선생님과 학생 3명이 앉아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별 맞춤 수업을 하고 있어서 아이들마다 교재가 다 다릅니다. 무학년제 수업이라서 한 타임에 초1부터 중2까지 여러 학년이 섞여있으며 과외식 수업이라서 학생 옆에서 개념과 문제 풀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시부터 7시까지만 수업을 하고 있어서 인원을 더 받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보다도 퇴근 후에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있는 7시 이후에는 수업을 하고 싶지 않아요. 공부방은 가족의 배려와 이해가 없으면 운영하기 힘든 것 같아요.


'교육비를 올릴까?'


아시다시피 교육비를 정하는 일이 정말 어렵잖아요.

교육비를 정하기 위해서 우선 아파트 근처에 있는 학원을 탐방했습니다. 학원 입구 옆에 교육비가 명시되어 있어서 참고할 수 있었어요. 학원 교육비와 교육청 공부방 분당 단가를 참고해서 고심 끝에 교육비를 정했습니다. 공부방을 오픈할 때 1~2만 원 낮춘 교육비로 시작을 하면 유리하다는 팁을 공부방 창업 관련 책에서 읽고 과감하게 2만 원을 낮추었습니다. 그 교육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전체적으로 학원과 공부방 교육비가 오르는 추세에 발맞추어 저도 함께 올리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경기가 안 좋은 것 같아서 올리지 않았습니다. 교육비를 정하는 일도 어렵지만 올리는 일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벌면 좋겠지만, 적게 벌고 많이 행복하고 싶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지 않을까?’


가끔씩 고민이 되지만 다행히 씀씀이가 큰 편이 아니라서 적게 벌지만 만족하고 있습니다.

작은 그릇에 음식을 많이 부으면 음식이 넘치듯이 그릇이 작은 선생님은 10명의 아이들과 오순도순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대기생이 있는 공부방으로 남고 싶네요. '대기생이 있는 공부방' 뭔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선생님의 공부방은 어떤 공부방으로 남길 원하시나요?


작가의 이전글 악마는 브런치를 읽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