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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Oct 01. 2023

악마는 브런치를 읽는다

브런치스토리 첫 글

두 달 동안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하면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떠올랐다.





어젯밤에 미란다에게 열 번째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 글을 보냈다.


'이번에 떨어지면 어디를 수정할까?'


열 번의 신청 글을 쓰다 보면 떨어질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늘에서 새들이 싼 똥이 눈처럼 떨어진다.

똥을 피하기 위해서 손에 들고 있던 문제집으로 잽싸게 머리를 막는다.

문제집 위로 똥이 떨어진다.

 

'휴, 다행이다. 다행히 문제집 위로 똥이 떨어졌네.'


안심을 하면서 아침에 잠을 깼다.

미신쟁이는 핸드폰으로 해몽을 검색했다.


'길몽이네? 오늘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




수업 중에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서 핸드폰을 봤다.

생소한 알림 창이 떠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림 글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

"좋은 일 있으세요?"

"응. 선생님에게 좋은 일이 생겼거든."

"혹시 복권에 당첨되셨어요?"

"푸하하! 선생님이 나중에 얘기해 줄게."


수업이 끝나고 그동안 글쓰기 챌린지와 브런치 작가 신청 글을 쓰느라 외로움에 몸부림쳤던 남편에게 축하 떡볶이를 쏘면서 자축했다.

앞으로 작가냐고 놀리던 그 앞에서 당당히 글을 쓸 수 있는 명목이 생겼다.




불합격 메일을 받을 때마다 이번에는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카리스마에 눌려서 물어볼 수 없었다.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열 번의 시도 끝에 깨달은 것은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작가의 서랍에 썼던 글은 오로지 브런치스토리에 합격하기 위해서 쓴 글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홉 번째 작가 신청 글부터 처음에 글쓰기 챌린지에 발을 들였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글을 썼다.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브런치스토리에도 그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 결과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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