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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Oct 08. 2023

엄마보다는 엄마를 선택했다

우리 부부는 딩크족입니다

사진 출처 naver


결혼 전에 엄마는 결혼하면 평생 할 집안일이라면서 정말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휴일에는 시체놀이하면서 공주처럼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집안일이라고는 라면만 끓일 줄 아는데 결혼할 수 있을까?’


집안일도 걱정이 되었지만 내가 성인이 된 후 이혼하신 부모님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비혼을 공표하고 다니던 노처녀는 36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 집이나 시댁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 많이 힘들었죠. 그동안 도와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프로 후회러 불효녀는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후회가 섞인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오빠와 내가 집안일을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한 번도 화를 안 냈어요? 나는 너무 힘든 날에는 집안일하다가 화가 나서 남편에게 버럭하는데... 엄마는 어떻게 참았어요?"

"나는 화가 난 적이 없는데... 그냥 했어."


‘어떻게 화가 안 나지? 엄마가 아니라서 푸른 바다보다 넓은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엄마는 날개 잃은 천사인가?(천사를 찾아 샤바 샵사바)’




우리 부부는 둘이 산다.

결혼 전부터 남편과 상의해서 둘이 살기로 했다.


나    “우리는 나중에 늙으면 누가 병원에 데리고 가요?"

남편    “실버타운에서 살아야죠. 지금부터 돈 많이 모아야 해요."


가끔씩 노후에 둘만 남아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지만 그 걱정은 미래의 나에게 미루기로 했다.

지금 걱정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반전은 시어머니보다 엄마가 손주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시어머니는 우리 둘만 행복하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엄마는 남편 복은 없지만 오빠와 너가 있어서 행복해. 너도 한 명만 낳았으면 좋겠어."

“아빠와 엄마가 우리 키우면서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그래서 낳고 싶지 않아요.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자신도 없고요. 우리의 선택을 존중해 주세요.”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혼한 나에게 아이까지 낳으라고 하는 것은 시험 점수 50점을 맞은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 시험에는 90점을 맞으라고 부담을 주는 것과 같다.

50점을 맞아도 만족하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엄마가 되기보다는 엄마를 선택했다.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신 시어머니와 엄마를 잘 보살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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