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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Nov 29. 2023

내 허리는 기상청이다


오늘의 영감어 : 통증




3년 전에 식물과 화분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공장에서 알바를 했다.

공장에서 화분 박스를 들다가 그만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를 삐끗해 본 사람은 안다.

찌릿.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그 느낌.

허리를 못 필 정도로 너무 아파 조퇴를 하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파서 당분간 일은 쉬기로 하고, 한의원으로 통원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그래도 허리가 계속 아파 정형외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 침을 맞은 상태라 주사를 맞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을 먹으면서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진통제의 효과였을까.

외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점차 호전되었다.


일주일 정도 쉬고 다시 출근을 했다.

남편은 이참에 쉬라고 했지만, 동료들과의 수다가 그리워 출근을 강행했다.

허리는 계속 아팠지만 나를 대신해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동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다음 날 화분을 들다가 허리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주저앉고 말았다.

남편의 말대로 집에서 쉬었어야 했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남편에게도 민폐, 동료들에게도 민폐였다.


허리의 힘으로 일어날 수 없는 그 통증은 아파본 사람만 안다.

허리디스크에 비하면 허리 삐끗은 애교 수준이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다시는 못 걷는 것이 아닐까.

그 두려움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허리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아 걷게 되었지만 고질병을 얻게 되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건강한 허리를 잃었지만, 흐린 날씨를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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