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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Dec 03. 2023

맛있는 경험을 하다

두부를 만들다

남편    "엄마가 추석에 두부 만들자고 하셨어."

나    "집에서 두부를 어떻게 만들어요? 그리고 제사 음식 만드는 것도 힘든데 두부까지 만든다고요?"

남편    "아이, 몰라. 엄마가 집두부 먹고 싶대.“


며느리는 불만을 숨기고 어머니를 도와드렸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했다.

먼저 불린 콩을 믹서에 갈아 체에 거른다.

체로 거른 콩을 면포로 꼭 짜 콩물과 비지로 나눈다.


'아하, 비지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드럼통으로 만든 화덕에서 장작이 '후드득후드득' 소리를 내며 타오른다.


나    "고구마 구워 먹어도 돼요?"

어머니    "응. 고구마랑 은박지 갖고 와."

나    "오예!"


드럼통과 장작을 보고도 고구마를 구워 먹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불만 가득했던 며느리는 없어진지 오래다.


화덕 위 가마솥에 콩물을 부어 오랜 시간 나무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주며 끓이다가 간수를 넣어 저어준다.

콩물이 몽글몽글 뭉쳐지면 순두부가 만들어진다.


'우와! 신기하다!'


네모난 틀에 면포를 깔고 순두부를 넣은 다음 뚜껑을 덮는다.

뚜껑 위에 무거운 돌을 얹어 물을 빼면 두부가 만들어진다.


'우와! 진짜 신기하다!'


새하얀 두부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집에서 만든 두부는 꼬소함의 결정체였다.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두부는 처음이야. 어머니 내년에 두부 또 만들어요."


옆에서 비웃고 있는 남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머니께 고자질하면 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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