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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r 18. 2022

나의 詩 역습 (逆襲)

《문학에스프리》 2021 겨울호에 실었던 또 한 편의 詩

역습逆襲

                          이은희



잘 나가는 찜질방 앞 큰 길가 버스정류장 근처
누가 버린 건지도 모를 잔해들
한껏 맛있는 저녁으로 들떴을 시간을 흘려보내고
되도록 속기로 털어낸 거추장스러움
거추장스러움은 위장 속 포만감과 비례하고
이제는 단 한순간도 참을 수 없다


찾으려 든다면 얼마든지 쉽게
폭로될 유전정보가 묻어있을 잔해들
습관처럼 눌러지는 비밀번호 버튼처럼
DNA. RNA. 지문. 비말이 스민 껍데기들
이제는 긴긴 영면에 든다


숨이 턱 막힌다
실은 죽지 않은 시간
실로 잔인한 합장(合葬)이다
처음부터 절대로 썩지 못할 몸뚱이를 타고 태어난
용이한 안락함이 빚어낸 역습


그렇게 문드러져가는 거대한 ㅎㅅ과 ㅇㄹ


                   《문학에스프리》2021, 겨울호 中







인간은 편안함을 위해 많은 것들을 발명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발명품 중 하나가 바로 플라스틱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는 어떤 모습인가?

아마도 지금 지구는 편리함을 위해 만든 그 플라스틱에게 도리어 역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연히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목격한 찜질방 앞 버스정류장 근처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보고 초고를 썼던 詩이다.

재활용이라고 내놓은 쓰레기들이었지만 실상 얼마나 재활용이 되고 있을까?


詩의 1연과 2연은 인간의 입장에서 그리고 3연은 플라스틱이 화자가 되어 쓴 詩이다.

마지막 4연의 마지막 시구는 일부러 초성으로 남겨두었다.

모두 보여주는 것은 주제를 너무 극명하게 드러내기에 詩가 심심하지 않을까 싶은 나의 착안이었다.


- 이  사진은 지난 2021년 11월 30일, 바람이 폭군처럼 날뛰던 깊은 밤 아파트 뒤편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 이 詩 <역습>과 사뭇 닮은 듯하여...





추신.

<역습>은 2021년 5월 3일 오전 11시 39분 초고를 쓰고, 21년 10월 20일 퇴고 후 《문학에스프리》겨울호 원고 마감일에 꼭 맞춰 보낸 詩이다.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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