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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여사의 작은 선행

지난 2018년 여름날의 이야기...

by 이은희 시인

2018년 7월 21일 새벽 3시 3분...


이미 어제가 되어버린 20일 금요일 오후, 어깨 치료를 위해 정형외과에 갔다가 빈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앞에 앉은 조금은 난처한 투로 계속 통화를 하는 한 남학생, 얼핏 듣자 하니 하도 허리가 아파 급하게 본인 비상금 얼마를 들고 병원을 찾았다는데...

치료 후 병원비가 5000원 정도 모자라서 집에 가지 못하고 계속 엄마랑, 또 누군가에게 통화 중 인 것 같다.

하도 내 아들 같은 마음에 순간 오지랖 발동으로 가슴이 뭉클...


"학생, 혹시 병원비가 부족해서 못 가고 있어?" 물었더니 그렇다고...

"그래, 그럼 내가 부족한 만큼 내줄게" 했더니...

처음엔 사양을 한다.

그러다가 "괜찮아, 내 아들이 고1인데 꼭 아들 같아서 그래서 내주고 싶은 거니까 "

그 학생의 손에 꼬깃꼬깃하게 접힌 돈을 받고 내 카드로 그 학생의 병원비 13,100원을 대신 결제했다.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왠지 한 푼도 손에 남지 않은 그 친구가 또다시 짠하다.

"여기 오천 원만 내가 가질 테니 남은 천 원짜리는 도로 가져가."

괜찮다며 안 받으려는 그 학생에게 " 더운데 가면서 아이스크림 사 먹어" 하며 남은 천 원짜리 몇 장을 끝까지 쥐어주니 받고 돌아서던 그 친구가 대뜸 내 아들의 이름을 묻는다.

나름 고마워서 혹시 궁금해졌던가 보다.

"아마 모를 거야.. 우리 아들이 한 학년 어려서..." 감사하다며 몇 번 인사를 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학생.


오늘 내가 베푼 작은 친절을 기억하고 언젠가는 그 친구도 다른 이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 수 있었으면 조금은 대한민국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오지랖이라 소곤거릴지 모르지만...

아마도 나의 이 성격은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하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갖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대신 내준 카드명세서와 그 친구에게 받은 5000원 사진~♡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밤 11시 4분...


오늘 저녁에 큰아들을 가평 부대에 복귀시키고 돌아왔다.

2022년 7월 18일 논산훈련소에 훈련병으로 입소했던 그 아들이 오늘 말년휴가를 마치고 자대에 복귀를 했다.

이제껏 복귀 때마다 늘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왔었는데 특히 오늘은 마지막인 관계로 작은아들까지 모두 가평에 다녀왔다.

이제껏 부대에 들여보내면서 근처에서 밥을 먹었는데 늘 한식을 먹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늘 지나치기만 했던 파스타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근데 정말 주문한 메뉴가 모두 너무 맛있어서 진즉 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즉 갔으면 몇 번은 더 먹어봤을 텐데...)

하지만 뭐 다시 부대 근처를 갈 일이 없어서 그 파스타 집에 못 가더라도 우리 아들이 제대를 하는 기쁨과는 비할 바가 못 되는 거니까...



지금 스물세 살이 된 군 제대를 이제 딱 며칠 앞둔 그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2018년 7월 20일 오지랖 여사인 내가 오십견 때문에 정형외과에 다니던 여름날의 일기를 올려봤다.

그때 내 큰아들 같았던 그 친구도 이제는 스물네 살 멋진 청년이 돼서 잘 살고 있겠지?

그 친구가 갑자기 궁금한 그런 밤이다.^^




추신.


추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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