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희 시인 Jan 13. 2024

오지랖 여사의 작은 선행

지난 2018년 여름날의 이야기...

2018년 7월 21일 새벽 3시 3분...


이미 어제가 되어버린 20일 금요일 오후, 어깨 치료를 위해 정형외과에 갔다가 빈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앞에 앉은 조금은 난처한 투로 계속 통화를 하는 한 남학생, 얼핏 듣자 하니 하도 허리가 아파 급하게 본인 비상금 얼마를 들고 병원을 찾았다는데...

치료 후 병원비가 5000원 정도 모자라서 집에 가지 못하고 계속 엄마랑, 또 누군가에게 통화 중 인 것 같다.

하도 내 아들 같은 마음에 순간 오지랖 발동으로 가슴이 뭉클...  


"학생, 혹시 병원비가 부족해서 못 가고 있어?" 물었더니 그렇다고...

"그래, 그럼 내가 부족한 만큼 내줄게" 했더니...

처음엔 사양을 한다.

그러다가 "괜찮아, 내 아들이 고1인데 꼭 아들 같아서 그래서 내주고 싶은 거니까 "

그 학생의 손에 꼬깃꼬깃하게 접힌 돈을 받고 내 카드로 그 학생의 병원비 13,100원을 대신 결제했다.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왠지 한 푼도 손에 남지 않은 그 친구가 또다시 짠하다.

"여기 오천 원만 내가 가질 테니 남은 천 원짜리는 도로 가져가."

괜찮다며 안 받으려는 그 학생에게 " 더운데 가면서 아이스크림 사 먹어" 하며 남은 천 원짜리 몇 장을 끝까지 쥐어주니  받고 돌아서던 그 친구가 대뜸 내 아들의 이름을 묻는다.

나름 고마워서 혹시 궁금해졌던가 보다.

"아마 모를 거야.. 우리 아들이 한 학년 어려서..." 감사하다며 몇 번 인사를 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학생. 


오늘 내가 베푼 작은 친절을 기억하고 언젠가는 그 친구도 다른 이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 수 있었으면 조금은 대한민국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오지랖이라 소곤거릴지 모르지만...

아마도 나의 이 성격은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하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갖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대신 내준 카드명세서와 그 친구에게 받은 5000원 사진~♡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밤 11시 4분...


오늘 저녁에 큰아들을 가평 부대에 복귀시키고 돌아왔다.

2022년 7월 18일 논산훈련소에 훈련병으로 입소했던 그 아들이 오늘 말년휴가를 마치고 자대에 복귀를 했다.

이제껏 복귀 때마다 늘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왔었는데 특히 오늘은 마지막인 관계로 작은아들까지 모두 가평에 다녀왔다.  

이제껏 부대에 들여보내면서 근처에서 밥을 먹었는데 늘 한식을 먹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늘 지나치기만 했던 파스타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근데 정말 주문한 메뉴가 모두 너무 맛있어서 진즉 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즉 갔으면 몇 번은 더 먹어봤을 텐데...)

하지만 뭐 다시 부대 근처를 갈 일이 없어서 그 파스타 집에 못 가더라도 우리 아들이 제대를 하는 기쁨과는 비할 바가 못 되는 거니까...



지금 스물세 살이 된 군 제대를 이제 딱 며칠 앞둔 그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2018년 7월 20일 오지랖 여사인 내가 오십견 때문에 정형외과에 다니던 여름날의 일기를 올려봤다.

그때 내 큰아들 같았던 그 친구도 이제는 스물네 살 멋진 청년이 돼서 잘 살고 있겠지?

그 친구가 갑자기 궁금한 그런 밤이다.^^




추신.


추신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