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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Apr 01. 2022

외할머니를 다시 추억하며...

외할머니 영전에 바쳤던 편지, 2017년 4월 4일 밤이 깊을 때...

외할머니 영전에...


아침, 기도시간 

“지난주일 외할머니 마지막 모습을 보고 올 수 있게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 할머니 가장 좋은 날 택하시어 하늘 백성 되게 하소서!”

이렇게 드린 기도가 끝나고 꼭 30분이 지나서 할머니의 소천 소식을 들었지요.




마음은 작년 여름부터 있었지만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어 왔던 문안을 3월을 넘기지 말자 다짐하고 3월의 마지막 주일 할머니를 뵈러 갈 수 있었지요.

많이 쇠약해지신 모습에도 초롱초롱 눈망울은 여전하신 할머니!

천국 가시기 전 살아생전 모습 한 번 더 이 손녀딸에게 보이시려 폐렴을 앓고도 꿋꿋이 참고 기다리셨던 건지요?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자주 갔던 보성 외가의 풍경이 이 손녀딸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여름, 외가의 추억>이란 한 편의 시가 됐고, 그 시 속에 할머니는 아직도 정정하시어 버선발로 날 반기시던 모습과 맛나게 익은 옥수수며, 감자를 내오시며 많이 먹으라고 다독이시던 모습이 있었지요.




그 후 나이 더 드셔서 할머니 서울서 생활하실 땐 잠시 다니러 간 저에게 성경 구절구절 손수 쓰신 노트를 자랑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마도 할머니 그 모습에 감동하시어 하나님께서 아흔이 넘는 천수를 누리게 하셨단 생각을 종종 했었지요.

아흔여섯, 사시는 날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할머니 기억 속에 남아 있었을까요? 좋았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혹은 아팠던 그 기억도 지나 놓고 보면 다 추억이란 이름 속에 오롯이 담기는 법...




이제 할머니 살아생전 기도하시며 바라보셨던 그 천국에서 이 생에서 가장 좋았던 날들보다 더 기쁘고 행복하게 영생을 누리시기를 기도할게요.


가끔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바람이 우리를 스쳐갈 때도 천국 소망 생각하며 잘 이기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각자의 길 다 갔을 때 다시 할머니 계신 그곳에서 웃으며 만나요.

이곳에 남은 할머니의 자손들이 늘 잘 헤쳐 나가기를 기도해주세요!


우리는 가끔씩 할머니의 환한 웃는 모습을 기억하며 그렇게 열심히 살아갈게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할머니 감사했고, 사랑합니다!


                    2017년 4월 4일 밤이 깊을 때...

                                            외손녀 은희 올림.  



2013년 문협 가을시화전에 시화와 함께 제작된 엽서


2022년 4월 1일 금요일, 밤 11시 30분..


외할머니께서 천국에 가신지 벌써 5년이 흘렀나 보다.

아흔여섯 천수를 누리신 우리 할머니,

나의 詩 <여름, 외가의 추억>은 다행히도 할머니 살아생전에 발표됐던 작품이었다.

할머니께 꼭 읽어드리고 싶어서 썼던 詩이기도 하다.

오늘, 외할머니를 추억하며  다시 이렇게 2017년 4윌 할머니의 영전에 드렸던 편지와 함께 브런치에 올려본다.




할머니는 늘 그 모습  그대로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계신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늘 갔던 전남 보성의 외가..

지금은 녹차마을로 유명해진 그곳, 함박웃음으로 늘 환하게 웃으셨던 우리 할머니, 오늘은 유난히 외할머니가 보고 싶은 그런 날이다.




추신.

어느 봄날, 외가에 갔을 때 찍어뒀던 담벼락 풍경을 함께...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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