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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y 31. 2022

나의 詩 아무것도 아니다

무수히 많은 또 다른 내가 박제되어 있었으리...

아무것도 아니다

                       이은희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소한 실수조차 헤아려주지 못할 사이

진실이라 말해도 진실로 느낄 수 없는 사이


수년 전부터 무수히 많은 또 다른 내가 박제되어

전리품처럼 낡은 진열장에 전시되었으리

몇 번째 전리품이었을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돌아서서 가버리면 어떤 교집합도 남지 않는

죽는 날까지 우연히도 마주칠 일 없는

죽었다는 것조차 알 길 없을 그런 사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사이


차라리 몰랐으면 나았을...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밤 9시 무렵 퇴고...


내가 이 詩를 올리는 날짜는 다음날인 5월 31일 화요일이 될 것이다. (브런치의 글쓰기 약속으로 인하여...)

이 詩는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 초고를 썼다.

어쩌면 완성된 詩가 아니다. 아마도 어쩌면 또 몇 번의 퇴고가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야 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이것이 '진실'이라고 외쳐도 듣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는 것이다.

오로지 믿고 싶은 대로 허상을 만들고 그 허상에 그럴듯한 옷을 입히고, 때론 포장을 하고...

허나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보이게 되는 것들, 그리고 이성이 돌아와서 다시 보았을 때 잘못 본 그 사실에 한없이 후회하거나 부끄러워지는 일들이 있다.

서로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러나 실은 어리석었다고 탄식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어쩌면 맨 처음 느낀 그 직감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건지도 모를 일이다.



추신.

진짜 이 글을 올리는 오늘은 2022년 5월 31일이 막 시작된 새벽, 

'푸른 오월'의 마지막 날이다.


'청자(靑瓷) 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로 시작되는 노천명 시인의 詩 <푸른 오월>이 생각나는 밤이다.

5월 28일 토요일 반월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다가 찍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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