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0일, 밤 11시 35분 일기 초고
세월이 간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빈 방이 생기는 걸까?
늙어간다는 것은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며 무수히 많은 어둠과도 조우했을 터..
이 밤, 고향집 창밖에 비가 내린다.
나의 열여섯을 그리고 스물여섯을 그리고 마흔의 끝자락을 잠시 함께 한 기억의 공간은 가슴속 추억의 나무 한 그루에 잘 벼린 칼날이 스치는 기분이다.
떨어지는 마음의 빗방울로 깊어지는 밤
세월을 무심히도 쓰고 흘려보낸 자들의 아픔인 걸까?
얼마나 남은 것일까?
온전히 웃을 수만은 없었던 여행.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슬픔이 함께 해버린
그러나 그럼에도 또 흘러가야만 함을 너무도 잘 알아버린...
깊은 목메임으로 더욱 깊어가는 고요한 밤...
2022년 5월 17일 화요일 새벽 1시 57분...
작년 추석에 시댁에서만 보내느라 너무 짧게 들렀던 친정...
꼭 추석 후에 1주일이 지나고 아빠의 생신을 맞아서 아빠, 엄마, 그리고 우리 네 자매만 함께 모여 엄마의 고향인 보성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었다.
다른 자매들은 모두 하루 일찍 집으로 올라들 갔고, 나만 부모님과 하룻밤 더 자려고 남아 있었던 그 밤의 느낌을 적었던 일기이다.
청승맞도록 내리던 가을비는 고향을 떠난 지 오래인 나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선물했다.
어린 날 살던 집에서 바라본 늙으신 엄마의 모습은 왜인지 훗날의 내 모습 같기도 했고, 유독 여윈 엄마의 모습이 젊은 날 아름다웠던 엄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서 더욱 강한 서글픔으로 다가왔다.
부디 엄마, 아빠 모두 오래오래 우리 자매 곁에 건강한 모습으로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며...
추신.
생각해 보니 이 글이 어버이날 무렵에 올라왔다면 더 좋았을 뻔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