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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un 10. 2022

詩 오늘 가난과 비례되는 아이의 처진 어깨가 슬프다

아! 가난은 왜 저 어린 영혼에게까지도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일까?

오늘 가난과 비례되는 아이의 처진 어깨가 슬프다

                                           이은희



작은 몸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느릿느릿

한 손에 신주머니를

힘없이 흔들고


한 걸음 떼는 것이

몇 분,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코뚜레를 꿰고 어미 소를 떠나가는 송아지처럼

그렇게 학교로 향하는 저 아이


멀찍이 떨어진

다닥다닥 붙은 쪽방 촌

어디쯤에서 시작된 발걸음


학교 가기 싫다 했을 아이를 두고

어쩌면 바삐 일 나갔을 엄마

왜 학교에 가기 싫은 건지도

어쩌면 삶이 고되어

그런 것을 따져볼 겨를이 없었을 엄마


아! 가난은

왜 저 어린 영혼에게까지도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일까?


이은희 시집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 』 中


초등학교 담벼락에 드리운 담쟁이덩굴



2022년 6월 10일 금요일 밤 11시 21분...


는 2016년 9월 9일 금요일 아침에 아들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 놓고 아파트 베란다 창문 밖을 우연히 내다보다가 한 아이의 모습을 보고 썼던 詩이다.


그 아이를 보는 순간 참을 수 없이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조금은 뚱뚱해 보이는 몸집에 그보다도 커다란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힘없이 돌리며 한 걸음을 떼는 것이 몹시도 오래 걸렸던 아이, 누가 보아도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미 그 시간이면 학교의 시작종이 치고도 남았을 시간이건만 아이는 서두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아이의 걸음이 시작된 곳은 우리 집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오래된 작은 연립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 어귀 즈음이었다.


무엇이 그 아이를 그토록 학교에 가고 싶지 않게 한 것일까? 정말 궁금했었다.

나의 아들이 아니었지만 내가 가서 가만히 안아주며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순간에 썼던 이다.




이제는 또 몇 년이 지났으니... 

그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연립은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시끄러웠으나 도시계획에서 제외되고 그 주변으로 새로 지은 작은 빌라들이 들어섰다.


그 아이는 지금쯤 어떻게 자랐을까?

내가 봤던 그 순간의 모습이 정말 그날 하루 잠깐의 모습이었기를 바라며...


시집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 』中



추신.

오늘 찍은 좀 특이한 꽃 사진 한 장을 선물로...(이 사진은 첨엔 폰에서만 보였는데, 김 모 작가님의 조언으로 컴퓨터 그림판에서 작업한 결과 이렇게 이제는 컴에서도 보입니다.ㅎ

김 모 작가님, 감사드립니다~^^)

'안개 나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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