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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r 29. 2022

詩 목하열애(木下熱愛)

이은희 시집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中

목하열애(木下熱愛)

                                   이은희



나무 되고 싶습니다
푸른 잎 꺾지 않는
강한 태양 뒤로도 숨지 않는
검게 그을릴지라도 들에 머무는
휘몰아치던 바람에도 꿈을 꾸던 그대


나무 되고 싶습니다
그대 사랑 오래 머물러 침전하고

스며드는 푸른 결에 봉인되어

아무도 앗을 수 없을
대갓집 오백 년 먹은 노송(老松) 되어


초라하다 가난하다

그리 비싼 노송의 주인은 될 수 없다 하니
단출한 그대 집 마당에
한 그루 이름 없는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 나무 아래 오래 머무는
열애(熱愛)이고 싶습니다.



이은희 시집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 』 中






- 2020년 5월 21일 목요일 새벽 1시 12분 초고 씀..


화려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언제라도 함께 할 수 있을 날이 오기를 마음속으로 속으로만 바라보는 그런 사랑이다.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타오르는 태양에도 굴하지 않고,

안락함을 택하기보다는 인고를 택할 줄 아는

그런 강인한 사람과의 깊은, 

그러나 단출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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