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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un 14. 2022

열라 행복하도록...

아마도 나는 기분파가 아닐는지?

2022년 6월 14일 화요일 오후 나의 문창실에서...


나의 파란색 붕붕이에 송홧가루가 날려서 어지럽던 봄날,

비 한번 오면 그래도 조금은 자연스레 씻겨질 거라 여기며 지방선거 기간 동안 기자생활로 바쁘다는 핑계를 더해서 파란 붕붕이를 방치해 뒀던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큰아들내미가 군대 가기 전 드론 자격증 1급을 따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집 근처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드론 강의를 비싼 수강료를 내서 듣고 있다. 필기시험은 이미 합격했고, 이제 내일 드디어 실기시험을 치른다.

겸사겸사 오늘 태워주러 간 김에 대학교 근처에서 주유를 하고 오랜만에 붕붕이 목욕을 시켰다.


몇 개월 사이 다행스럽게도 경유값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았지만 세차료는 그대로였다.  

기어는 중립으로 해두고 차가 점점 자동으로 전진하며 거품이 기분 좋게 뿜어져 나오고, 이후 더 가니 깨끗한 물이 쏟아진다.




2022년 6월 14일 화요일 오전 10시 34분 내 차에서...


"브레이크 밟지 마세요." 이 문구에 순간 뭔가가 스쳤다.

삶의 순간순간을 매사에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처럼 앞만 보고 돌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과연 이제껏 살아온 인생에서 어떤 사람이었을까? 브레이크를 밟았을까? 아니면 브레이크 없이 앞만 보고 돌진했을까?


아마도 어렸을 적에는 조심조심 초보 운전자처럼 브레이크를 수시로 밟는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가 줄어들었을 것이고, 때로는 쌩쌩 내달렸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 다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 너무 숙고하다가 말 그대로 추진조차 해보지 못하고 접어야 했던 경우도 있었으니...


우리가 느끼는 인생의 속도는 각자 자신의 나이만큼의 속도로 느낀다고들 한다.

이제 내년이면 나도 인생의 속도가 50킬로로 시내 주행 최고속도가 되는 셈이다.

그런 만큼 가는 세월 앞에서 나의 삶에 브레이크를 굳이 밟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불현듯 했다.

기계 세차를 하는 고 짧은 5분 정도의 시간에 말이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의 숲길


오늘 몇 개월 만에 세차 한 번 했을  뿐인데 도서관 나가는 길이 너무도 상쾌하다.

집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내가 살고 있는 시에서 가장 비싼 값의 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이렇게 녹음이 우거진 예쁜 초록의 나무들로 산책로를 만들어뒀기에 아마도 이 아파트의 값이 폭등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늘 이 길을 지날 때면 기분이 온전히 좋아지고, 머리가 저절로 맑아지는 듯하다.

특히나 오늘은 세차한 내 붕붕이의 투명한 앞 유리 덕분인지 운전을 하고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도저히 휴대폰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학교 앞은 최고 속도가 30이니 뒤에 오는 차도 없겠다 시속 20으로 운전을 하며 편안하게 셔터를 눌러댔다.

도서관 내 문창실에 와서 여러 지인분들께 오늘의 초록을 카톡으로 선물했다.

다들 하나같이 좋다고, 고맙다고 답을 하신다.

 

삶에서 사소한 것 하나를 나눴을 뿐인데 오늘은 벌써 기분이 하루 할당량을 초과해서 업된다.

아마도 나는 기분파(?)가 아닐는지...ㅎㅎㅎ



추신.

참 묘한 일이다. 컴퓨터에서 규격을 맞춰서 사진을 올리고 폰에서 확인을 하니 사진이 두 개다. 폰에서 사진을 지우고나니 다시 컴퓨터의 사진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폰으로 볼 때 똑같은 사진을 두 개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ㅠㅠ

부디 내가 브런치에 좀 더 빨리 익숙해지기를...

드디어 알아낸 것 같다. 모바일 버전에서 수정을 하고 나면 컴퓨터에서 사진이 사라지는 듯하다.

오늘 몇 번을 고생해서 알아냈으니 이것도 보람인가?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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