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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May 05. 2023

기형도 당신을 만나고 온 날...

결혼 22주년, 영원한 청춘의 시인 기형도의 집에 다녀왔다.

2023년 5월 5일 금요일, 결혼 22주년...


어린이날인 오늘 공교롭게도 비가 아침부터 줄곧 내렸다.

이왕이면 햇살이 쨍쨍했으면 좋았을 날, 그러나 더 이상 내 아들들은 어린이가 아니니 그다지 서운할 일도 아니다.

이제 나에게 5월 5일은 스물여덟 청춘에 한 남자와 백년해로를 약속하며 식을 올렸던 기념일로만 남을 것이다.


작년 결혼 21주년 기념일에는 종로구에 위치한 <윤동주 문학관>과 북촌 한옥마을에 다녀왔었다.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한복을 빌려 입고, 북촌 한옥마을을 누볐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런데 벌써 또 1년이 흐르고...
오늘은 결혼 22주년 기념일을 맞아 조금은 의미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기형도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기형도 문학관> 다녀왔다.




내가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 싶은 꿈을 꾸게 했던 윤동주 시인과 시인이 된 후에 더 좋아하게 된 기형도 시인은 공교롭게도 너무 이른 청춘에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가슴 아픈 공통점이기도 하다.

어떻든 나에게는 모두 소중한 영감과 영향력을 주고 있는 시인이리라.


비가 내렸고, 어린이날이었기에 되도록 막히지 않고 멀지 않은 목적지를 고르다 보니 오히려 운 좋게 오늘 기형도 그를 만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든 광명에 위치한 그의 문학관에 가서 기형도 시인의 생애를 좀 더 세밀하게 다시 볼 수 있었고, 그의 詩를 직접 낭독해서 녹음파일도 만들었고, 나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그의 소중한 시들도 여러 편 다시 읽고 왔다.


스물아홉 젊은 날, 시인으로서 이제 막 빛을 보려 했던 순간에 첫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출간을 두 달 앞둔 채로 세상과 작별한 기형도...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알았다.'

- 그의 詩作 메모(1988. 11) 中

너무도 공감하는 이 대목에서 나 역시 이런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썼던 詩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가 생각난다.

아직도 나는 시인의 삶을 살고 있으니 적어도 보다는 행복한 사람일지 모르겠다.

그런 만큼 더 최선을 다해서 써야겠다는 마음을 기형도 그로 인해서 다잡아보는 밤이다.





추신.

기형도 시인의 詩 <빈집> 낭독 파일과 

브런치에 올렸던 나의 詩 <나는 지금 외눈박이입니다>를 다시 공유한다.



https://brunch.co.kr/@acacia1004/68



추신 2.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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