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를 포기하기로 했다. 잘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그와 나는 너무 결이 맞지 않은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를 내뱉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눈치를 봐야 한다면 그는 분명 나와 거리가 좁혀질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마음이 편치 않은 채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상전을 모시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그를 사랑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사랑은 그렇다. 나에게 인간관계 역시 그렇다. 사랑이 쉽지 않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삶 역시 호락호락한 것이 아님도 알고 있기에 그 삶이 조금은 호락호락한 느낌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를 끊임없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살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른다.
허나 그 애씀이 삶의 어느 만큼의 무게를 넘어선다면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의미 없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진리이리라.
나의 삶, 이제 딱 반세기를 살았다. 아니 엄마 뱃속의 삶을 뺀다면 반세기에도 못 미치는 삶이다. 나의 인생의 잔고가 얼마일지 모르겠으나 삶의 모든 순간에서 좀 더 열심히 분발하며 살아야겠지...
그래야 훗날 후회는 내 것이 되지 않을 테니까...
추신.
오래전 쓴 나의 詩를...
<인생잔고> 이은희
고통이 말해주는 걸까? 인생의 잔고가 줄고 있다고
한 잔의 술로 잠시나마 날린 고통이 다음날엔 더 줄어버린 잔고를 말해주듯
얼마나 남은 것일까? 가끔 혼미함 속에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눈앞에 아직 어린 새끼들을 볼 때면 그래도 이 고통이 조금은 더디기를 기도하며 바닥난 잔고를 아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