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을 걸쳐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American pop singer들이 많지만, 기억하실까요? 그 시절 그때 문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Debbie Gibson과 Tiffany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계실 듯합니다. 남자아이들도 매우 좋아했던 가수들로,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 이유는 남자로서 여가수를 좋아하면, 여성스럽다거나 또는 그쪽에 속한 남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저도 그랬지요. Debbie Gibson의 노래 중 "Lost in Your Eyes"라는 노래가 있고, 가사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I get lost in your eyes, and I feel my spirits rise and soar like the wind.. is it love that I am in?" 한국어로 하면: "당신의 눈에 빠져버렸어요, 내 영혼이 공중에 떠오르는 듯하고 바람처럼 나는 듯합니다... 이게 사랑일까요?" 그 애의 눈을 그 복도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 느낌이었고, 이보다 더 그때의 감정을 잘 표현한 가사도 아직까지는 없을 정도로, 이때의 기억과 이 노래는 언제나 제 기억 속에 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You are usually good at tennis, but I guess something distracted you"
(너 테니스 잘하는데, 오늘은 뭔지 너를 산만하게 만들었나 봐")
"Yeah, and no, well, I think I caught a cold or something."
(아, 맞아, 아, 아니야, 아마 감기나 그런 거에 걸린 거 같아)
"Hope you feel better soon"
(나아지길 바래)
이 말을 하고 그 애는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제가 잘 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내 한국 이름은 누구에게 들었을까? 내 이름을 왜 알고 싶어 했을까? 여러 질문들이 머릿속에 있었지요. 아, 참 예쁜 미소와 목소리. 10대의 사랑은 열병 같다고들 하지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의 사랑을 열병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후 우리는 지하 복도에서 1층 복도로, 그리고 Jeanhe 의 교실까지 같이 걸었습니다. 아, 그때 우리 둘에게 쏟아진 시선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 기억은 제가 2014년 어떤 여성과 같이 길거리를 걸었을 때 또 한 번 경험하기도 한,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추억입니다.
그녀가 교실로 들어가기 전, 저는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내심 기대하던 어떤 무엇인가가 깔려 있던 질문이었지만, 아마도 그땐 두려워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겨우 한 질문 하나:
"So, where do you live?"
(그런데, 너 어디 사니?")
"I live on Bayside Avenue in Flushing, by Bowne Park."
(플러싱 베이사이드 애비뉴에 살아. 바운파크 옆에)
"Ah, I actually drive on Bayside Avenue when I come to school!"
(아! 나 아침에 올 때 거기로 오는데!)
"Ah, really? Cool. Well, hey, how about we come to school together, if you don't mind?"
(아, 그래? 멋지다! 그럼, 우리 학교 같이 오는 거 어때? 너만 괜찮다면?)
한 공간에서 그녀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제 꿈, 아니, 학교 내 모든 남자아이들의 꿈이 제게는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차에 그 애와 단 둘이 봄날의 거리를 30분 동안 같이 할 수 있다니. 매일 같이 할 수 있을까? 내일 하루만일까? 그날만은 제 마음도 하늘을 나는 듯했습니다.
우리의 추억은 사실 3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니, 그녀와의 기억이 푸르른 5월로 언제나 기억되는 것은, Bayside Avenue 를 통해 같이 차를 타고 온 기억이 5월까지 계속되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녀가 살던 집이 Bowne Park 바로 옆에 있었기에, 매일 아침 일찍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바라보았던 당시 5월의 참 푸르렀던 공원의 나무들과 호수가 기억 속에 각인되어서일까요? 우리의 푸르른 추억은 이 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