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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22. 2021

쓰고 지우기를 여러 번 합니다

지나가는 생각들

나는 왜 이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가?




"쓰고, 지우고, 수정하고를 꽤 여러 번 합니다."


제가 자초한 일이겠지요. 이 Brunch 라는 공간에 제 이야기들을 처음 적은 지가 4년 전쯤 됩니다. 그때도 올린 글을 다시 수정하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었지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꽤 많이 소비 (손해라는 표현은 하지 않고 싶습니다) 되더군요. 그래도 저 건너 누군가가 제 이야기에 공감을 해 준다는 소소한 행복에 첫 6개월간은 글을 많이 올렸지만, 그리고 여기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소중한 인연도 두 명이나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 그리고 삶이 바빠짐에 따라 - 꾸준히 글을 올리가 어렵더군요.


발을 들인 지 1년도 되지 않아 삶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원해진 이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Covid-19 바이러스 때문인 듯합니다. 비접촉 업무방침으로 인해 집무실에도 오후에만 갈 수밖에 없고, 그리고 저의 또 다른 삶인 New York City 도 예전과는 달리 왕복이 자유롭지 않고 야간에만 전화로 바다 건너 업무를 보기 때문에, 빈 시간이 꽤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기억에서 잊혀질까 하는 우려에 지난 2년여 동안 MS Word 에 시간이 허용하는 대로 기록해 놓고 저장해놓은 글들을 지난 3주간을 통해 거의 매일 이곳에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꽤 쉬운 언어입니다. 사견이지만 한국어와 비교하자면 이렇습니다: 네 문단으로 구성된 한 장의 영문편지를 작성했다고 가정한 후 이를 검토하자면 가장 우선 보게 되는 것이 (1) 문단과 문단 사이의 이음새, 즉, 서론과 본론이, 그리고 본론과 결론이 어떻게 잘 연결되어 있는지?이며, 그다음 보는 것이 (2) 각 문단 내 문장과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후에 (3) 단어 선택을 봅니다. 동일한 조건으로 한 장의 한국어 편지를 작성했다고 가정하면 저는 영문편지를 검토하는 반대의 방법으로 검수를 합니다; 문단 - 문장 - 단어의 순서가 아닌, 단어 - 문장 - 문단으로 가는데, 그 이유는 한국어의 경우 띄어쓰기, 단어의 선택, 그리고 존칭의 여부가 서식의 분위기, 즉, tone을 결정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영어도 tone-setting에 있어 단어의 선택이 중요하지만, 영어단어는 포괄성이 넓은 데 반해 한국어는 단어별 의미가 더 구체적인 이유입니다.


십 대 초반 미국으로 간 후 거의 20년 동안 한국에 올 기회가 없었고, 그 이후에도 삶의 반을 이곳과 저곳을 왕복하며 살았기에 한국어가 쉽지 않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요. 그래도 십 대 후반부터 꽤 많이 접하게 된 한국 수필집과 소설이 한국어로 그나마 이 정도나마 쓸 수 있게 된 이유겠지요. 이렇기에 독서는 꽤 중요하다는 생각을 또 해 봅니다. 그래도 한국어로 무엇을 쓴다는 게 영어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서 "쓰고, 지우고, 수정하고를 꽤 여러 번 합니다." 그래도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된답니다 - 참 감사한 일이지요.


앞으로 꺼내놓을 "추억 이야기"가 3편 남았습니다. 4년 전 첫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후 제 추억 이야기를 지금까지 7편이나 적어냈군요. 앞으로 남은 3편의 이야기까지 내놓으면서, 나름대로 이 추억들과의 closure를 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랑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 바람둥이일까? 아마 결혼한 사람일 텐데?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난 40여 년의 삶의 여러 순간에서 있었던 기억들: 입맞춤의 추억 (이 선을 넘지 않고자 지금껏 노력 중입니다만), 손을 잡고 함께 걸었던 추억, 그리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는 추억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상당히 보수적인 protestant 독신주의자임을 이해해 주신다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Brunch 에는 금융 이야기를 써내는 분들도 많더군요. 저도 이십 대 중반부터 Wall Street에서 근무를 7년 동안 했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MBA 도 그쪽 분야로 했으며, 그 결과 지금까지도 소수의 private banking clients를 관리하는 일을 20년 동안 하고 있기에, 이 쪽 이야기를 꺼내놓아도 많은 분들께는 흥미로울 듯합니다. 하지만 금융 관련 이야기를 꺼낼 마음은 예전에도 없고 앞으로로 그런 경우는 없을 듯합니다.


Brunch라는 공간에 제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사람들과의 이야기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만을 적어내고 있는 이유는 (1) 제게 있어 사랑의 추억만큼이나 사는 것에 대한 의미와 힘을 주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에, 행여나 제 이야기들이 다른 분들의 마음에 닿아서, 날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잠깐이나마 각자가 가진 사랑의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람에 있으며, (2) 영어라는 언어로 인해 꽤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아왔기에, 제가 살면서 배우고 습득한 영어라는 언어를 그대로 공유하고자 함입니다. 영어라는 언어가 꽤 아름다운 언어임에도, 이 언어가 가진 매력을 경험하기도 전에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있어 영어는 그저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로 전락되거나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도구만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아쉬움을 느끼고 있음 또한 그 이유가 됩니다.


밤이 늦었군요. 오늘은 제 client 분들을 위해 portfolio 조율을 하는 날(밤) 입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 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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