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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06. 2021

예의, 무관심 아니면 조롱?

지나가는 생각들

1982년작 Tootsie 라는 영화의 맨 초반에 이런 대화가 나옵니다:


I don't like it when people say,

"l really dug your message, man" or                         

"l really dug your play, man. I cried."


You know?                         

I like it when people come up to me

the next day or a week later

and they say,

"l saw your play. What happened?"


해석을 나름대로 해 보면: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마음 속 깊이 이해합니다" 라거나 "보면서 울 정도로 당신의 연기, 정말 대단했어요" 라고 사람들이 말해주는 거, 사실 좋아하지 않아. 오히려 그 다음날이나 다음 주에 따로 찾아와서 "지난 주에 당신이 한 연극을 봤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나요?" 라고 물어보는 걸 좋아하지.



예전 Brunch (4-5년전쯤) 에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나요?" 라는 의미로 제게 물어본 분들이 꽤 많았었지요. 공유 또는 아요 - 는 많이 즐기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분들이 제 이야기들을 진실하게 좋아해서 공유하고 좋아한다는 표시를 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진실성이었지요. 그 때는 그런 진심어린 "좋아요" 나 "공유" 를 좋아했었습니다. 이런 분들 중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이 공간은 당시만해도 지금보다는 진실했었다는 생각입니다.


5년의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은 아주 달라졌지요. 지금은 "좋아요"를 그 때만큼은 즐기지 않습니다 - 사실 그 의미가 많이 바뀐 듯 합니다. 느끼는 대로 쓰자면 "Likes for likes (내 꺼 좋아해 주셨으니 예의상 나도 좋아요)"가 전보다는 많고, 예의 또는 성의의 그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실 이 무자비한 세상에서 이런 예의나 성의가 얼마나 소중한지요!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고, 이런 식의 표현 ("좋아요")이 예전의 그것만큼이나 강한 동감의 표현 ("댓글을 통한 대화" 또는 그것을 넘어 다가가는 행동)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기장이 아닌 이 곳에 글을 쓰는 이유는 더 깊은 소통과 공감을 위함인데, 이건 반드시 Facebook 의 폐혜라고 봐야합니다 (damn the American pop culture!) - "좋아요"는 이제 어찌 보면 약발없는 항생제 같습니다. 아니면 그냥 타이레놀 같은 '마음 안정제'라고나 할까요? 프랑스 테러당시 Facebook 이나 기SNS 등에 많이들 올렸던 solidarity 프랑스 깃발, 그 외 큰 사고 또는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습관적으로 SNS 에 올리는 이런 저런 (나도 동감한다는) 상징들 - 일부는 이런 상징이나 이미지들을 아직도 올려놓은 상태로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이런 이미지들을 올리기만 알았지, 내릴지는 모르는 무관심, 또는 이런 무관심이 조롱까지 될 수 있다는 어떤 인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는 예의는 조롱이라고 해야겠지요.


아직도 기다립니다 - for someone to strike a chord: 심금을 울린다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과의 약간은 깊을 수 있는 대화를.




위 대화는 영화 맨 첫부분에서 실력은 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는 어느 한 연극배우가 하는 말입니다. 배역은 Bill Murray 가 했으며, 이 영화는 Dustin Hoffman, Bill Murray, Geena Davis, Jessica Lange, Sydney Pollack (이 영화의 감독 & 배우), Teri Garr 등의 많은 탑 배우들이 출연했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곧 올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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