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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10. 2021

Hollywood, 그리고 일본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비교분석

일본에서 생산된 차들이 미국에 수입되기 시작한 때가 1957년이었답니다. 그 후 - 한국산 차들이 19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겪었듯이 - 일본의 차들도 미국에 정착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고,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일반도로, 국도, 그리고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일본산 차들은 품질 등에 있어 미국인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판매량도 늘어갔지요. 80년대에 들어서는 1982년에 혼다 어코드가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하게 될 정도로 현지화에 완전히 성공했습니다.


당시 혼다 어코드와 토요타 캠리가 일본산 차들 중 가장 유명한 차들이었고 (이 차들에 더해 니산 및 스바루, 그리고 미츠비씨까지 그 뒤를 이어 미국산 차와 심지어는 독일산 차들을 저 뒤로 하고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두 회사가 만든 Camry와 Accord는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후반을 넘어 Consumer Report 및 Car and Driver 가 연말에 발표하는 Car of the Year (또는 Top 10 Cars of the Year)에 빠진 적이 없고, 1위 또는 2위를 번갈아가면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2000년대 초반, 어느 회사의 중형 세단이 판매량 1위를 수년간 차지했던 배경에 일본의 품질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처럼, 미국이 80-90년대에는 일본산 차들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지요.





거기에 더해 8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일본음식들이 일본이라는 나라와 문화, 예절 (미국인이 접하게 된 동양의 예절은 일본을 통해 처음 경험하게 되었지요: 한국이나 중국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 대한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데 큰 동력이 되었지요.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일본이나 일본인들이 계획적으로 한 것이 아닌, 미국인들이 일본 차들이 좋고 일본 음식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생긴 흐름이라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일본음식의 경우 중국음식과는 달리 미국인들에 의해 처음부터 high end 상품으로 인식을 받게 되어, 그 결과 일본음식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상류사회 또는 국제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고, 그런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일본문화 그리고 그들의 상품들은 1980년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미국의 대중문화의 elements 중 하나인 SNL (제가 보기에는 저급한 방송입니다만, 미국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미국 대중문화와 유행의 어떤 한 가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에서 이런 skit까지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djieGyB5s




"일본의 음식 문화는 미국인들이 알아야 할 상류문화의 한 가닥이며 스타일의 한 흐름"이라는 인식의 시작이 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가진 anything-일본! 현상에 기인한다면, 미술관 및 역사관 또는 음악과 관련된 분야에서 참 자주 보게 되는 일본의 요소들은 (미술, 음악, 건축, 역사 등)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 기업들이 철저하게 계획한 결과물입니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exhibition 일정에도 일본 미술과 도자기, 그리고 의복과 관련된 전시는 거의 매 분기마다 열리고, 건축양식 및 서예 관련 전시회, 그리고 요즘에는 일본 악기로 연주하는 콘서트까지도 이름만 들어도 잘 알 수 있는 일본 대기업들의 후원으로 뉴욕 내 유명한 랜드마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일종의 일본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지요. 뉴욕에 있는 서점이나 MoMA 아니면 The MET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계 미술사 관련 서적을 봐도 일본 미술에 할애된 코너가 중국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고, 한국 관련 서적에 비하면 10배 이상이 됩니다.





이런 배경에 대중문화의 큰 가닥인 영화에서도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들에 의해 미국이 가지게 된 일본이라면 뭐든 좋아! (anything-일본) 현상에 기인한 일본의 free-ride 이미지 메이킹을 미국 내에서 1980년대를 통해 볼 수 있었지요.  지금 40대 ~ 50대 후반의 미국인이라면 이 3편의 영화 franchise를 마음 깊은 곳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Youtube Red & Netflix까지 달려들어 Season 4까지 만들어진 drama 도 이 영화 franchise에 그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Cobra Kai라는 드라마입니다). 사실 영화라는 매체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치긴 하나, 이 영화만큼이나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를 미국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또한 긍정적으로 심어놓은 영화도 없으리라 봅니다 (중국 영화로는 1993년 Wayne Wang 감독이 만든 The Joy Luck Club 이 중국이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지요. 그 이후에는 비슷한 역할을 한 중국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없습니다) - 이 3편의 영화는 바로 The Karate Kid franchise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lnm0NtPoVs


Karate Kid (1984) 1편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single parent 인 어머니와 함께 이사를 온 Daniel (Ralph Macchio). 완전히 다른 새 삶에 잘 적응해가고 있으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4-5명의 또래 남자애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골치 아픕니다. 게다가 그 애들은 가라데 선수들이지요. 어느 날 이 아이들로 인해 곤경에 빠진 Daniel을 아파트 관리인인 Mr. Miyagi (Noriyuki "Pat" Morita)가 구해줍니다. 이렇게 이루어진 인연으로 Mr. Miyagi는 Daniel에게 진정한 의미의 가라데를 가르쳐주게 되고, Daniel 또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고 아주 멋진 여자 친구도 사귀게 됩니다 (Elisabeth Shue). 그리고 Mr. Miyagi와 함께 지역에서 있을 가라데 토너먼트를 준비를 합니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영화 - Zamfir의 pan flute의 선율이 흐르는 일본풍의 soundtrack 도 듣기가 좋습니다. 이 영화의 속편으로 나온 The Karate 2 (1987)는 영화도 좋았지만 특히 Peter Cetera의 The Glory of Love라는 노래가 또 참 좋았지요. 이 영화 franchise가 산출한 명대사들도 꽤나 유명합니다. Mr. Miyagi의 "Wax on, wax off"가 있습니다. 주연을 한 Pat Morita 배우도 이 영화에서 참 미국적인 아시안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일본의 크고 작은 문화요소들을 - 분재나무, 음식, 젓가락, 인사법, 철학 등 - 가라데라는 무술을 통해 아주 편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국인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제가 Korean-heritage를 떠나 이 영화를 판단한다면 아주 잘 만들어지고 매력이 넘치는 영화임은 인정하고도 남습니다. 가끔은 이 영화를 끄집어내어 보기도 할 정도로 1980년대의 nostalgic element를 아주 강하게 남긴 영화입니다.


80년대의 대중문화를 누군가가 Youtube에 compliation으로 엮어놓은 영상이 1년 전에 꽤 유명했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면 1980년대를 통해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 영화 장면들, 그리고 배우들이 나오는데, Asian 으로 유일하게 등장하는 두 사람이 이 The Karate Kid franchise의 주연으로 나왔던 배우 Pat Morita와 2편에 출연했던 일본계 미국인 배우인 Tamlyn Tomita 가 나옵니다. 이럴 정도로 이 단순한 가라데 영화 3편이 당시 10대는 물론이고 20대-30대 미국인들에게 끼친 문화적인 영향은 우습지만 존재했으며 이들의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Z0eflYLkI4A




그저 영화는 영화일 뿐이나, 전에 소개드린 Hollywood를 통해 보여진 한국의 이미지와 상반된 일본의 이미지를 직접 보고 경험한 제가 느끼는 아쉬움은 상당합니다. 전편에도 언급했지만 Issac Chung 같은 감독이나 Chang-rae Lee 교수님 같은 훌륭한 작가를 많이 보았으면 하고, 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통해 - 그저 K-pop 에서만이 아닌 - 더 크고 넓은 폭의 문화적 영향을 다른 나라에 주었으면 합니다. 기업체 및 국가적인 문화 홍보가 거의 전무한 한국, 이제는 이쪽에 신경을 서야 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생각됩니다 - 하지만 많이 늦었습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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