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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10. 2021

"The Cider House Rules (1999)"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한국어로 하면 "사과농장의 규칙들" 이라하면 가장 가까울 듯 합니다. John Irving 의 소설을 Lasse Hallström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거기에 Rachel Portman 이 영화에 매우 어울리는 음악들 - 마치 시냇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듯한 고운 음악들을 만들었고, 한 명의 위대한 배우 (Michael Caine: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 수상) 와 두 명의 젊고 멋진 배우들 (Tobey Maguire & Charlize Theron) 이 출연했지요. 두 개의 Academy Awards 를 수상한 명작입니다 (Best Screenplay & Best Supporting Actor). 이 감독이 direct 한 또 하나의 작품인 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3) 도 제 top pick 에 포함되어 있지요. 감독에 따라 영화를 보는 경우도 많은데, Rob Reiner 감독 또한 제 favorite 입니다.


산골 어느 고아원, 그 고아원의 원장 Dr. Wilbur Larch 는 수많은 아이들을 두 명의 간호사와 같이 정성껏 돌봅니다. 뛰어난 의사이기도 한 Dr Larch 는 이렇게 저렇게 아이를 뱃속에 가지고 주변의 시선을 피해 산골까지 온 미혼모에 대해서는, 즉, 낙태에 대해서는 (불가항력적으로 당한 여성의 경우) 낙태수술을 합니다. 1900년대 초의 배경이라, 당시 이런 시술을 해 주지 않으면 산모가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을 고려한 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이런 일까지 하며, 산골까지 찾아와서 어느 부모가 몰래 두고 간 아이,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 버려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근히 살아갑니다. 그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고아원 남자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주고 "Goodnight, you Princes of Maine, you Kings of New England!" 라고 하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간호사들 또한 여자아이들을 위해 매일 밤 정성스런 기도를 하는 모습 또한 이 고아원에서는 소소한 일상입니다.


"O, Lord, support us all the day long, until the shadows lengthen, and the evening comes, and the busy world is hushed, and the fever of life is over, and our work is done. Then in your mercy, grant us a safe lodging and a holy rest, and peace at the last. Amen."


https://www.youtube.com/watch?v=o-tbCKtNVwY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 중 한 아이에 대한 애착을 두었던 Dr. Larch - 그 아이의 이름은 Homer Wells 입니다. 성장함에 따라 이 소년은 총명함이 드러났고, Dr. Larch 는 이 아이에게 의술을 전수해 줍니다. 그에게는 아들과 같은 청년이었지만, Dr. Larch 는 그렇다고 그를 향한 애정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의사가 가르쳐 준 의술을 모두 익혔지만 낙태수술만은 반대했던 Homer. 



나이가 들면서 점차 자신의 주관을 찾아가던 중, 어느 날 낙태수술을 하기 위해 애인으로 보이는 한 군인과 함께 온 Candy 라는 이름의 여인에 매료되어 (하지만 자신의 여인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히 한 채) 그 두 사람과 함께 고아원을 박차듯 뛰쳐나옵니다. 젊은 소년의 열정을 그 자신 또한 막을 수 없었고, Dr. Larch 도 Homer 를 떠나보내야 함을 알았기에 그를 끝까지 막지는 못합니다.


그 후 Homer 는 Candy 의 약혼자의 부모가 운영하는 Ocean View Orchards 에서 여러 막일을 하며 고아원 바깥의 세상을 배워나갑니다. Homer 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으로 보여집니다 - 주인집 사람들, 동네 사람들, 그리고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 작은 세상이 흥미롭고 재미있고 놀랍게만 느껴지지요. 이렇게 이곳에서 살아가며 Homer 는 세상에 적응하게 되고 고아원에서의 일은 자연스레 잊혀지게 되지만, 세상이 처음 주었던 그저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아닌 또 다른 것들 -  세상이 주는 어두운 면을 경험하게 되고 목격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면이 세상의 참 모습일지? 생각하게 되는 Homer 는, 고아원에서 그저 일상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것과는 달리, 세상은 어쩌면 원초적으로 위험하고 사악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Homer 는 Candy 의 품 속에서 위안을 찾는 듯 하나, 이 또한 잘못된 행동이었지요.


처음에는 달콤하고 꿈꾸듯 즐거웠으나 곧 드러나게 된 세상과 사람들의 사악한 모습들을 보며, 결국은 그렇게 자신도 살아가는 것인가보다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Homer 는 고아원에서 전달된 소식 하나를 듣게 됩니다 - Dr. Larch 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었지요. Homer 는 그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였는지 알게 되지요; 남겨진 고아원 아이들을 추스리는 일, 꾸준히 찾아올 환자들을 돌보는 일, 그리고 두명의 가녀린 간호사들의 힘이 되어주는 일이었습니다. 힘들지만 Homer 는 어렵게 찾아나온 세상을 뒤로 하고,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아니, 탐닉했던) 여인을 뒤로한 채 - 선과 악이 애매하게 공존하는 듯한 그 곳을 떠나 시골 고아원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돌아온 첫날 밤, Homer 가 Dr. Larch 가 생전에 그랬듯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후, "Goodnight you Princes of Maine, you Kings of New England!" 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fade out 되지요.



사실 이 영화는 원작소설과는 매우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작소설의 경우 상당히 거부감이 드는 추하고 부도덕적인 내용들이 부끄럼없이 표출되어 드러나지만, 영화는 이런 면을 거의 대부분 배제한 후 만들어진, 어찌 보면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온 듯 합니다. 어쨌거나 원작소설 및 영화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제목 (The Cider House Rules) 은 이주 노동자들이 Ocean View Orchards 에서 따라야하는 규칙 목록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들의 문맹율은 매우 낮기에 이들 중 이 규칙을 읽거나 이해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벽에 붙여져있는 의미없는 규칙들이었을 뿐이지요. 아무도 따르지 않는 규정으로, 주인집이나 이주노동자들이나 서로간에 약속이나 한 듯 암묵적으로는 그저 잘 지키고 있다고만 생각하고 실제로는 아무도 지키지 않는 규정들 - 부도덕한 세상의 그럴듯한 규칙들이 그렇듯이, 이 곳의 규칙들도 결국은 '아무도 모르고 이해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결국은 아무도 따르지 않는 규칙'을 의미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과수원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마치 세상은 지옥과 같고, 고아원은 천국과 같은 곳으로 느껴집니다. 어디에 있어야 할 지, 무엇을 지켜내야 하며, 또 무엇을 거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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