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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11. 2021

"Christmas, Again (2014)"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2014년작 Christmas, Again 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독립영화였지만 The New Yorker Magazine 으로부터 드물게 찬사를 받았지요. 독립영화는 featured film 들과는 달리 독특한 매력이 많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대사의 양이 매우 적고,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의 (또는 배우와 배우간의) 크고 작은 표정, 동작, 말투 등에 대해 더 깊이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요. 이 영화의 경우에도 감독 또한 이를 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 미국 영화로는 매우 서정적이며 사색적인 영화거든요. 상업적으로는 정혀 성공하지 못한 이 영화, 구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몇 년을 기다린 후 가지게 된 기쁨은 정말이지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작년 12월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동안 뉴욕 upstate 에서 애인과 Brooklyn 으로 내려와 다양한 소나무를 팔던 Noel, 이번 해에도 겨울이 되어 다시 나무를 팔러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혼자 내려온 듯 합니다. 아마도 이별의 시련이 있었던 듯 합니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잊지 않고 나무 한 그루를 사러 온 사람이 Noel 에게 이렇게 묻지요 - 작년 그 아가씨는 어쩐 일인지 올해엔 안 보인다고 - Noel 은 거의 표정이 없는 얼굴로 이번엔 그녀는 오지 않았다며 그에게 엷은 미소만을 짓습니다. 이 흥겨운 크리스마스의 계절이지만, 표정도 어둡고 말도 거의 없는 Noel 은 그저 의욕없이 하루 하루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북쪽 멀리서 타고 내려온 트레일러 하우스 안에서, 그리고 그 주변에서만 반복적인 한 달간의 생활을 하지요. 아마도 그는 애인과의 이별 후 미처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었는지 이 연말의 festivity 에도 그저 자신의 집이나 다름 없는 트레일러와 같은 혼자만의 좁은 세상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고 일할 시간만을 제외하고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근처 공원 벤치에서 과음으로 정신을 잃은 어느 한 여성을 발견하고 그녀를 하룻밤동안 돌보게 됩니다. 이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 우연히 길에 쓰러져있던 이 여인 - Lydia 를 구해주면서 그녀와의 잔잔한 인연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짧게나마 이어집니다. 화려하고 들뜬 도시의 한 구석에서 외로움을 속으로만 삼키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와 비슷한 그늘진 삶을 사는 한 여자와의 짧은 사랑이야기입니다. 아주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꽤 슬픈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그나마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 하지만 마음 속에 오래 남는 장면들은 아주 많았습니다. 그 중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장면은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 부분에서 Lydia 와 Noel 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시간에 Brooklyn 의 여러 집들을 다니며 소나무 배달을 하는 부분인데, 톱으로 켜는 크리스마스 연주곡이 배경으로 흐르면서 이 두 사람의 아마도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삶을 위로하듯이 흐릅니다. 크리스마스라는 계절, 이 계절에 어울리는 소나무를 배달하며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Noel 과 Lydia 의 얼굴도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고 있던 저 또한 그제서야 겨우 조금이나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거의 없더군요. 아마도 Noel 이 아마도 홈리스인 폴란드 노인과 나누는 대사가 아마 이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대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나무를 자르더라도 기계톱으로 하지 말고 일반 톱으로 해야 해, 다른 나무들이 놀라기 때문에"


" ... and in Poland, trees have character. They are not perfect, but they have a character. Like tonight, you go to a forest and every tree is dressed. Dressed in a wedding white... like, brides all of them. But you must have an axe, not a chainsaw. Chainsaw makes noise. Everybody gets scared. Trees get scared."



예측했던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 장면은 예상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기대했던 결말이 과연 이 두 사람에게까지 행복한 결말이 되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렇게 마무리됨이, 아니, 이렇게 끝나지 않음이 Noel 과 Lydia 에게는 기대할 것이 있을 다음 번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래 세 개의 영상은 (1) 이 두 사람이 두번째로 만나는 장면, (2)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소나무를 배달하는 짧은 여정, 그리고 (3) 이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보낸 짧은 밤 장면을 아래 올립니다. 사랑 이야기이지만 sex scene 하나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제게는 보석같이 소중한 소장품이 되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7gOosEQkHNQ

https://www.youtube.com/watch?v=hQOy9b3Rphk

https://www.youtube.com/watch?v=Hs6QfwK8N5M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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