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작 Christmas, Again 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독립영화였지만 The New Yorker Magazine 으로부터 드물게 찬사를 받았지요. 독립영화는 featured film 들과는 달리 독특한 매력이 많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대사의 양이 매우 적고,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배우의 (또는 배우와 배우간의) 크고 작은 표정, 동작, 말투 등에 대해 더 깊이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요. 이 영화의 경우에도 감독 또한 이를 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화, 미국 영화로는 매우 서정적이며 사색적인 영화거든요. 상업적으로는 정혀 성공하지 못한 이 영화, 구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몇 년을 기다린 후 가지게 된 기쁨은 정말이지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작년 12월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동안 뉴욕 upstate 에서 애인과 Brooklyn 으로 내려와 다양한 소나무를 팔던 Noel, 이번 해에도 겨울이 되어 다시 나무를 팔러 내려왔지만 이번에는 혼자 내려온 듯 합니다. 아마도 이별의 시련이 있었던 듯 합니다.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잊지 않고 나무 한 그루를 사러 온 사람이 Noel 에게 이렇게 묻지요 - 작년 그 아가씨는 어쩐 일인지 올해엔 안 보인다고 - Noel 은 거의 표정이 없는 얼굴로 이번엔 그녀는 오지 않았다며 그에게 엷은 미소만을 짓습니다. 이 흥겨운 크리스마스의 계절이지만, 표정도 어둡고 말도 거의 없는 Noel 은 그저 의욕없이 하루 하루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북쪽 멀리서 타고 내려온 트레일러 하우스 안에서, 그리고 그 주변에서만 반복적인 한 달간의 생활을 하지요. 아마도 그는 애인과의 이별 후 미처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었는지 이 연말의 festivity 에도 그저 자신의 집이나 다름 없는 트레일러와 같은 혼자만의 좁은 세상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고 일할 시간만을 제외하고는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근처 공원 벤치에서 과음으로 정신을 잃은 어느 한 여성을 발견하고 그녀를 하룻밤동안 돌보게 됩니다. 이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 우연히 길에 쓰러져있던 이 여인 - Lydia 를 구해주면서 그녀와의 잔잔한 인연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짧게나마 이어집니다. 화려하고 들뜬 도시의 한 구석에서 외로움을 속으로만 삼키고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와 비슷한 그늘진 삶을 사는 한 여자와의 짧은 사랑이야기입니다. 아주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꽤 슬픈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그나마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 하지만 마음 속에 오래 남는 장면들은 아주 많았습니다. 그 중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장면은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 부분에서 Lydia 와 Noel 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시간에 Brooklyn 의 여러 집들을 다니며 소나무 배달을 하는 부분인데, 톱으로 켜는 크리스마스 연주곡이 배경으로 흐르면서 이 두 사람의 아마도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삶을 위로하듯이 흐릅니다. 크리스마스라는 계절, 이 계절에 어울리는 소나무를 배달하며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Noel 과 Lydia 의 얼굴도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고 있던 저 또한 그제서야 겨우 조금이나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거의 없더군요. 아마도 Noel 이 아마도 홈리스인 폴란드 노인과 나누는 대사가 아마 이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대화가 아니었나 합니다:
"나무를 자르더라도 기계톱으로 하지 말고 일반 톱으로 해야 해, 다른 나무들이 놀라기 때문에"
" ... and in Poland, trees have character. They are not perfect, but they have a character. Like tonight, you go to a forest and every tree is dressed. Dressed in a wedding white... like, brides all of them. But you must have an axe, not a chainsaw. Chainsaw makes noise. Everybody gets scared. Trees get scared."
예측했던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 장면은 예상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기대했던 결말이 과연 이 두 사람에게까지 행복한 결말이 되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렇게 마무리됨이, 아니, 이렇게 끝나지 않음이 Noel 과 Lydia 에게는 기대할 것이 있을 다음 번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래 세 개의 영상은 (1) 이 두 사람이 두번째로 만나는 장면, (2) 크리스마스 이브에 같이 소나무를 배달하는 짧은 여정, 그리고 (3) 이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보낸 짧은 밤 장면을 아래 올립니다. 사랑 이야기이지만 sex scene 하나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제게는 보석같이 소중한 소장품이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