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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Aug 14. 2021

BBC Proms 2012의 추억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

BBC Proms라는 국제적인 classical music festival 이 있습니다. 물론 영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로, BBC가 host를 합니다. 2021년이 127년째 맞는 해가 되었고,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열리지요. 순전히 classical music을 위한 페스티벌로, 그 마지막 날에는 - 이를 Last Night of the Proms라고 합니다 - 정말이지 멋진 밤의 향연이지요.


2012년에는 저도 그곳에 있었습니다. 5만 명 이상 모였던 Hyde Park의 평평한 언덕에 앉아서 큰 스크린 두 개를 통해 Royal Albert Hall에서의 실황을 보고 있었지요. 감동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이 나라의 장엄함과 위엄에 온전히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었는데, 영국인은 아니지만 이 나라가 서 있는 그 땅의 역사와 전통, 신에 대한 순수했던 과거 (이는 십자군 원정을 포함하여 격렬하게 debatable 한 주제이긴 하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영국이라는 국가에 속하여 살아가는 현재 영국인들의 나라에 대한 깊은 사랑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이 The Star-Spangled Banner를 부르며 어찌 보면 rock concert에서 본능적으로 환호하는 모습 같은, 그런 것과는 달랐습니다.  


2012년 당시 적지 않은 돈을 써서 단 하룻밤을 위해 간 이유 -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세계적인 지휘자인 Jiří Bělohlávek의 BBC Proms에서의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이었지요. 이때의 영상을 세 개로 나누어 올려봅니다. 제가 찍은 영상은 당연히 아니고, BBC 실황을 녹화한 것을 편집했습니다. 사실 이런 곳에까지 가서 인증이니 영상녹화니 하는 추태는 어울리지 않지요.


첫 곡은 Edward Elgar의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 의 말미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Land of Hope and Glory"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그 탄생에 있어서 정말이지 극히 애국적인 motive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영제국의 과거 화려하고 웅장했던 역사, 그리고 그 영광의 시대를 내심 다시 되찾고 싶어 하는 영국인들의 마음을 담은 듯합니다. 가사 또한 영국의 근본이 된 기독교 신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Land of hope and glory,

mother of the free,
How shall we extol thee,

who are born of thee?
Wider still and wider

shall thy bounds be set.
God, who made thee mighty,

make thee mightier yet.
God, who made thee mighty,

make thee mightier yet.


https://www.youtube.com/watch?v=8AiqMWCCtOM&t=12s


이 노래 다음으로는 And Did Those Feet in Ancient Time라는 제목의 웅장한 곡이 나왔었습니다. 일명 "Jerusalem" 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노래로, 대영제국의 비공식 국가이지요. William Blake의 시구절을 가사로 쓰고 작곡가인 Sir Charles Hubert Hastings Parry 가 음을 만들었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마치 예전 대영제국이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던 십자군 원정을 통해서도 수호하지 못한 예루살렘을 영국 땅에서나마 다시 세워보겠다는, 어찌 보면 참 오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각오를 느끼게 합니다. 아래 가사 (번역)는 누군가가 한 듯한데, Satanic Mills의 번역이 너무 직역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를 이해하려면 William Blake의 시를 공부하듯이 해부해야 하니 그 수고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이 노래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영국은 그 근본이 (최소한 그때까지는, 아니 이미 그 뿌리는 90년대 후반에 송두리째 뽑혔다고 생각하지만) 기독교 신앙에 깊이 박혀 있음을 느끼게 되지요.


And did those feet in ancient time,

Walk upon England's mountains green:
And was the holy Lamb of God,
On England's pleasant pastures seen!

아득한 옛날 저들의 발길은
잉글랜드의 푸른 산 위를 거닐었는가?
거룩하신 하나님의 어린양이
잉글랜드의 기쁨의 들판 위에 보였는가!

And did the Countenance Divine,
Shine forth upon our clouded hills?
And was Jerusalem builded here,
Among these dark Satanic Mills?

그 성스러운 얼굴이
정녕 우리의 구름 낀 언덕에 빛을 비추셨는가?
정말로 예루살렘이 이 땅 위에,
이 어두운 사탄의 방앗간들 사이에 세워졌단 말인가?

Bring me my Bow of burning gold;
Bring me my Arrows of desire:
Bring me my Spear: O clouds unfold!
Bring me my Chariot of fire!

금빛으로 불타는 나의 활을 가져오너라
나의 염원을 지닌 화살을 가져오너라
나의 창을 가져오너라, 오 구름이 펼쳐지는구나!
내 불의 전차를 가져오너라!

I will not cease from Mental Fight,
Nor shall my Sword sleep in my hand:
Till we have built Jerusalem,
In Englands green & pleasant Land

나는 싸움을 멈추지 않으리

나의 검도 내 손에서 멈추지 않게 하리라.
우리가 잉글랜드의 푸르고 즐거운 땅에
예루살렘을 세울 때까지.  



그리고 마지막 노래로는 God Save the Queen 이란 제목의 영국의 국가가 흘러나옵니다. 이때  Jiří Bělohlávek 마저도 군중들에게 조용하라고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지요. 그 후 잔내가 정리되자 천천히 지휘를 시작하며 영국의 국가를 연주/지휘하기 시작합니다.


God save our gracious Queen,
Long live our noble Queen,
God save the Queen!
Send her victorious,
Happy and glorious,
Long to reign over us,
God save the Queen!


O Lord our God arise,
Scatter our enemies,
And make them fall!
Confound their politics,
Frustrate their knavish tricks,
On Thee our hopes we fix,
God save us all!


https://www.youtube.com/watch?v=pmaw8NvD9p4&t=2s


이 추억도 벌써 10년이 되어갑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릅니다 - 화면에서 보는 것과 그 장소에서 느끼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관점의 차이겠지만 이 국제적인 명성의 festival 마지막 날인 Last Night of the Proms만은 영국의, 영국에 의한, 영국을 위한 이벤트이기에 이 나라의 결을 읽을 수 있는 밤이기도 하지요. 십 년이 다 되어가는 올해 9월 중순, 만약 그곳에 다시 가서 마지막 날의 공연을 보고 느끼게 된다면, 10년 전 그곳에서 제가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대영제국의 과거 장엄함과 위대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영국이라는 국가에 속하여 살아가는 현재 영국인들의 나라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다시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는 슬픈 예감이 드는군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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