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1982년작 Tootsie를 만든 Sydney Pollack 감독의 또 다른 명작 The Way We Were입니다. 이 필름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 영화는 Barbra Streisand와 Robert Redford를 위해, 그리고 특히 Streisand의 노래)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카데미 및 여러 영화 시상식에서 이 노래가 많은 상을 받았지요:
사실 main story는 뻔한 연애 및 사랑이야기로, Cornell University와 뉴욕의 여러 장소를 배경으로 하여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40여 년 동안 두 명의 남녀 - Katie Morosky (Streisand)와 Hubbell Gardiner (Redford) - 가 나눈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요. 하지만 이 사소한 이야기 아래 당시 미국이 겪던 이념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인 차이를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 정도로 그려낸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추억" 이란 제목으로 나왔었군요. 참 처절하게도 어울리지 않는 제목입니다. 제가 제목을 한국어로 해 본다면 아마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Katie는 유대인이며 칼 막스주의에 빠진 사회주의 학생입니다. 캠퍼스 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기도 하나, 학비 및 생활비를 벌기 위해 파트타임 일도 밤늦게까지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Hubbell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학교 내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물론 여자 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학생입니다. 부유한 가족을 후광에 두고 있는 청년이지요. 이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나 다른 배경에, 거기에 더해 사회관 및 정치관, 종교에 대한 개념도 극과 극으로 차이가 납니다. 언제나 자유분방한 Hubbell을 보며 Katie는 fascist라고 놀리며 눈을 흘기기도 하지요.
Katie는 이런 Hubbell이 사실 싫지는 않습니다. 잘생긴 데다 거기에 더해 그의 타고난 문학적 실력, 구체적으로는 소설을 쓰는 능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Hubbell은 자신이 가진 문학적 능력을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는 않고, 그렇기에 그 방면으로는 많은 노력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Katie는 내심 아쉬워하지요. Hubbell도 Katie가 마음에 들긴 합니다. 독립심 강한 모습과 사회문제에 발 벗고 나서서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를 알리고자 하는 희생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이런 감정을 재학 시에는 전혀 내색하지 않습니다.
졸업 후 한동안 만나지 못한 이 두 사람이 우연히 어느 파티에서 만나게 됩니다. Katie는 어느 라디오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커리어 여성으로, Hubbell은 2차 대전에 참전한 해군 장교로 만나지요.
아래는 이 두 사람이 대학 졸업 후 많은 해가 지난 뒤 재회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의 제일 첫 장면이기도 하지요. 아, 아름답습니다, 이 두 사람의 재회, 그리고 Katie의 조심스러운 손길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hGgv3Gg4GLs&t=41s
이후 이들의 사랑은 조금씩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어갑니다. 다만 Hubbell의 친구들이 Katie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부류의 사람이고, 반대로 Hubbell 이 보기에도 Katie의 주관적인 입장이 그 당시 주류사회와는 다른 다소 극단주의적인 면이 있었기에 잦은 마찰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Katie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계속 일하고 Hubbell은 매우 성공한 영화 screenwriter 가 되지요. 서로의 차이는 그저 일부러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이 두 사람 - 그 후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삶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듯했으나 당시 큰 이슈였던 Hollywood blacklist 사건과 맥카시즘 (McCarthyism) 이슈가 이들의 삶 속에 파고 들어와서 이 두 사람 사이를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더욱더 수면 위로 다시 드러나는 둘의 이념적 그리고 사회적인 갈등은 결혼생활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거기에 더해 Hubbell 이 screenwriter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것 또한 Katie가 그에 대해 매우 실망하게 되는 요소가 됩니다 - 그 좋은 천부적인 실력을 대중오락을 위해 허비한다는 생각이었지요. 이런 Katie를 Hubbell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합니다.
십수 년이 지난 어느 날, The Plaza Hotel 앞에서 이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중년이 넘어가는 이 두 사람: Katie는 사회운동가로 그리고 재혼녀로 Hubbel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재혼한 남편과 키우고 있습니다. Hubbell은 대형 방송사 드라마 극본을 쓰는 일을 하며 Katie와의 이혼 후 재혼을 하지는 않은 상태이지요. Hubbell의 여자 친구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와 동행한 여성은 멋지게 치장을 한 매우 아름다운 외모의 사람입니다. 이 둘은 그들 사이에서 생긴 딸 Rachel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Katie가 딸을 보러 오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못합니다 - 아이의 아버지로서 한 일이 없기에 차마 아이를 보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겠지요. 이렇게 우연히 그리고 서먹서먹하게 만난 두 사람이 다시 각자의 길을 가는 모습으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Barbra Streisand의 노래가 참 빛난 영화였지만 Robert Redford의 (연기보다는) 외모가 가장 수려했을 때의 영화로 기억합니다. Barbra의 경우 젊었을 때보다 50대 초반에 들어섰을 때가 더 멋이 있었지요.
영화가 시작된 후 10분 정도가 지난 부분에서 Kaite와 Hubbell이 늦은 밤 나누는 the street conversation 이 그들의 대화내용 및 주변 배경에서 참 마음에 듭니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 한 잔의 맥주, 교차하는 눈길, 그리고 의미 있는 대화들 - 멋진 요소들입니다. 이런 추억이 그리워지게 만드는 장면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FfbMLa6J55c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