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보수주의 정권이 주도하며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의 모양새를 띄었던 베트남이 패망함과 동시에 당시 이 보수정권을 지지했던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진 이유는, 민중이 볼 때 한계선을 넘은 베트남 기득권의 부패와 부당함을 사회주의 정권이 해결해 줄 것을 요원한 결과입니다. 군사력에서는 약했지만 내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서방세계도 이 땅을 버리고 떠난 것입니다 (여기서 미국은 실제 베트남의 내부 상황을 잘 모르고 부패한 월맹을 지원한 꼴이었지요). 하지만 그 후, 민중의 지지를 얻고 부패 청산은 성공했을지 모르나, 베트남은 이후 혹독한 공산주의의 채찍이 있었습니다. 사유재산의 개념은 없어지고 '모두를 위한' 사회주의가 되었지요. 당시 전혀 내국인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의 전개였다고 합니다. 아, 예전에는 근대화가 안 된 상태라 (인터넷 등이 없었던 시대라)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겠지만, 글쎄요.
"The Killing Fields (1984)"는 베트남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캄보디아의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해 도미노식 공산화를 그린 영화인 것은 모두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크메르 루즈는 당시 미국이 지지했던 정권이 해외로 망명하고 그 결과 미국 및 다른 서방세계마저 이 나라에서 발을 뺀 후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여 국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었지요. 그 후 이들이 내세운 것은 민족주의. 캄보디아 국민들은 그들만에 의한 그들만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있었던 것도 잠시였습니다. 결국은 80년대 중반까지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그 악명높았던 대학살이 이루어졌고, 이들의 시신이 방치된 광범위한 지역을 통틀어 The Killing Fields라고 하지요. 이와 같은 캄보디아의 공산화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미국인 기자인 시드니와 캄보디아 기자인 디스 프란,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이 겪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맹목적이며 허울 좋은 민족주의가 어떻게 악의 촉매제가 되는지 잘 보여준 영화지요.
Dith Pran: No more fighting! I be right back!
No more fighting! No more war!
Sydney Schanberg: What do you think?
Al Rockoff: I don't like the look of this.
캄보디아는 순식간에 크메르 루즈에 의해 점령되고, 선량한 국민들에게 그들이 했던 수많은 약속들은 짓밟혀갑니다. 지식인들은 아무도 모르게 모두 잡혀가고, 남은 자들은 새 정권을 위해서만 혹독하게 일을 하게 되지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기 전, 캄보디아 국민이 아닌 타국인들은 모두 각자의 대사관 및 영사관을 통해 탈출을 하지만, 시드니와 그의 친구 언론인들은 끝까지 남아서 디스 프란과 그의 가족을 이 죽음의 땅으로부터 함께 탈출하기 위해 위조여권을 만드는 시도까지 하며 다방면으로 노력합니다. 다행히도 프란의 가족은 이들의 도움으로 먼저 탈출하지만, 디스 프란의 위조여권은 실패로 돌아가고, 이 죽음의 땅에 그만 홀로 남아 그 잔혹한 킬링 필드를 겪게 되지요.
John Lennon의 Imagine이라는 노래가 마지막 부분에 흘러나오나, 의미 없는 감정의 장난 같은 노래입니다. 어떤 의미로 이 노래가 삽입되었는지는 모르나,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국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봐라. 어렵지 않다. 거기에 종교도 없다면 모두가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다. 소유도 없는 세상, 따라서 탐욕도 배고픔도 없는 나라? 만약 한국이라는 (아니, 남한이라는) 나라가 당장 내년부터 없어진다면 이 반도에서 5천만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을까요? 탐욕도 없고 소유도 없으니? 그냥 시구절이며, 한밤 술잔 안주거리일 뿐이지요. 약쟁이들을 crackhead라고 하지요? 제겐 이 노래와 이 사람은 그저 crackhead 가 환각상태에서 쓴 주절거림이라는 생각입니다.
명대사로는 맨 마지막에 나오는 두 주연배우들의 대사가 기억나는군요.
Sydney: How you been? Do you forgive me?
Dith: Nothing to forgive, Sydney. Nothing.
2020년 중반쯤 뉴스로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셨겠지만, 제 경우에는 지난 2017년 마음을 졸이며 준비해던 Courageous Channel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지금도 진행 중인 Afghanistan 사태 때문일 듯합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과거가 그 거울이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강대국들과 그에 대항하는 세력들, 그리고 그 가운데 언제나 존재하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과 그 외 수많은 얽히고 섞인 이익집단들 가운데서 행여 이쪽 관점으로 reference 가 필요하시다면 이 영화도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영화들 중 하나가 될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Um2j1iEj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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